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독점 인터뷰하는 행운을 얻었던 라디오 채널 2곳의 진행자 2명이 “시키는 대로 질문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동부 필라델피아의 앤드리아 로풀샌더스 앵커와 중서부 밀워키의 얼 잉그램 앵커가 그들인데, 로풀샌더스는 방송이 나간 뒤 이틀 만인 6일 해고됐다. 두 라디오는 청취자 대부분이 흑인인 곳이다. 노쇠한 바이든이 첫 대선 TV토론을 망친 뒤 압도적 지지층인 흑인 표심을 붙들어 두려고 기획한 인터뷰였다.
▷잉그램 앵커의 첫 질문은 “위스콘신주에서 대통령이 이룩한 성취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81세 대통령이 국정 수행 능력을 의심받던 그 순간에 자기 홍보의 시간을 안겨준 것이다. 이 질문은 바이든 캠프에서 사전에 제공한 질문이었다. 이 앵커는 5개 질문을 제시받고 그 가운데 4개를 골랐다고 인정했다. 로풀샌더스 앵커는 질문 8개를 캠프로부터 받았고, 그중 4개를 실제로 질문했다.
▷저널리즘의 기본을 깬 행위를 간파한 것은 CNN 앵커였다. CNN은 6일 바이든과 전화 인터뷰를 한 진행자 둘을 연결해 3자 간 화상 대담을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둘의 질문이 이상하리만치 비슷하더라. TV 토론 평가, 당신들 주(州)에서 이른 성취, 바이든 안 찍겠다는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혹시 바이든 쪽에서 준 것이냐”고 물었다. 로풀샌더스 앵커는 순순히 인정했다. 대선 4개월을 앞두고 라디오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뒤흔드는 말이었다. 라디오 채널 대표는 주말인 토요일에 앵커를 해고한 뒤 “우리는 바이든의 보호 도구(mouth-piece)가 아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라디오 인터뷰 때 바이든은 “뭐든 물어라(fire away)”라고 힘주어 말했다. 뭐든 답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았지만, 그는 상당수 질문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바이든은 TV토론이 부진했던 이유에 대해 녹음기 틀듯 동일한 답을 내놓았다. “나쁜 밤(a bad night)이었다. 아버지는 내게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라고 가르쳤다”고 말했는데, 백악관이 추가로 기획한 지상파 ABC방송과 한 인터뷰에서도 같은 답을 내놓았다.
▷해고된 앵커는 CNN 생방송 인터뷰 중에 “우리 라디오가 (바이든에게) 선택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바이든 측 질문 가운데 내가 몇 가지를 승인한 것”이라고 말할 땐 표정과 말투에서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해고되지 않은 잉그램 앵커의 라디오 채널에선 아직 반응이 없다. 하지만 전화 인터뷰 녹음 영상에 달린 댓글에는 지역의 소규모 라디오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대선 공론장에서 기본이 흔들리는 것을 우려하는 의견이 여럿 달렸다. 바이든 캠프는 처음엔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비판이 커지자 떠밀리듯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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