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음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는 이른바 ‘여사 문자’를 놓고 후보들 간에 난타전이 벌어졌다. 김건희 여사가 1월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5건의 메시지 전문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 논란을 부채질했다. 나경원 후보는 “원문을 보면 사과의 뜻이 명백한데 (한 후보가) 소통을 단절했다”고 공격했다. 윤상현 후보는 “아는 형수님이 5번 문자를 보냈으면 아무리 공적으로 따져도 답을 드리겠다. 정치가 뭐냐. 인간 자체가 돼야지”라고 했다. 한 후보는 “사과의 뜻이 없다는 확실한 입장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다. (문자로) 말한 내용이 진의가 아니었다”고 맞섰다. 한 후보를 맹비난했던 원희룡 후보는 이날은 입을 닫았다.
김 여사는 1월에 보낸 문자에서 “제가 사과해서 해결된다면 천번 만번 사과하고 싶다”라면서도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 하고 있다”고 적었다. 김 여사는 “그럼에도” 한 후보와 비대위가 결정하면 사과하겠다고 했다. 이를 놓고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후보들이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으며 맞붙은 것이다.
김 여사의 문자 전문이 누구의 지시에 따라 왜 이 시점에 어떻게 공개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내용 중엔 논란이 될 만한 대목도 있다. 김 여사는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대신 사과드린다”라면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만남을 제안했다. 한 후보를 “동지”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댓글팀’을 활용해 한 후보를 비난한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메시지도 있다. 야당은 김 여사의 “국정 농단” “당무 개입”이라고 비난하면서 댓글팀의 실체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4·10총선 이후 가뜩이나 침체된 여권에 김 여사 메시지가 부담을 얹는 형국이다.
총선 참패 뒤 석 달여 만에 열리는 여당 전대지만 당의 쇄신 방향이나 비전을 둘러싼 경쟁은 온데간데없고 ‘배신자 공방’에 이어 ‘여사 문자’ 논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버렸다. 당내에선 “자해적 행태” “친박-비박 싸움보다 더하다” “이러다 당이 깨질 것” 등 우려와 한탄이 나오지만 갈등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주가량 남은 전대 기간 이런 식의 내전(內戰)만 벌여서는 누가 대표가 되든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소수 여당이 어떻게 국정을 뒷받침하고 국회에서 거대 야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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