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VIP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도록 얘기해주겠다’고 했다는 통화 녹취가 공개됐다. 녹취에는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경찰 간부)가 연락이 왔다’ ‘절대 사표 내지 말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전 대표는 통화에서 “아마 내년쯤 (임 전 사단장을) 별 3개(로) 만들 것”이라는 말도 했다. 녹취는 그가 올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섰던 김모 변호사와 한 통화에서 나왔다. 이 전 대표도, 김 변호사도, 통화 내용에 등장하는 경찰 간부도 해병대 출신이다.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지난해 5월 임 전 사단장을 포함시키는 골프 모임 얘기도 세 사람이 포함된 단체대화방에서 이뤄졌다.
통화 시점은 지난해 8월 9일이다. 임 전 사단장은 자신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최초 수사 보고서에 따라 사의를 표한 날이 지난해 7월 28일, 보고서 결재가 번복돼 사의가 반려된 것이 7월 31일이기 때문에 구명 로비가 이뤄진다면 두 날짜 사이에 이뤄져야 했으나 당시 이 사실을 군 바깥에서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8월 1일 이후로는 구명 로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 둘 다 개인적으로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는 구명 로비에 전혀 관련이 없다”며 “허위사실에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어떻게 유도를 하고 편집을 해서 제가 그렇게 이야기한 것으로 녹음이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녹음파일 내용은 나도 들은 얘기를 전한 것”이라고 녹취 내용을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다. 편집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공개된 내용만 보면 전언이라기보다는 본인 말에 가깝다. VIP가 대통령이 아니라 해병대 사령관을 의미한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 계좌를 관리했고 구명 로비에 관한 언급을 한 이상 의혹을 살 만하다. 공수처는 구명 로비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신속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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