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비엔티안 와타이 국제공항에서 국가주석궁까지 거리는 약 5km. 현지 승차공유 서비스 ‘로카’로 이동하면 내릴 때 요금이 10만 킵(약 6700원) 정도 나온다. 하지만 다른 승차공유 서비스인 ‘인드라이브’를 이용하면 7만 킵(약 4700원) 이하에도 갈 수 있다. 인드라이브는 승객이 직접 기사와 택시비를 흥정하는 구조다. 승객이 목적지를 설정하면 ‘인드라이브’가 적정 금액을 산출하는데 승객이 마음껏 올리고 내려 제시할 수 있다. 기사들이 제시 금액을 보고 역제안할 수도 있다 보니 밀당이 빈번하다. 심야 시간이나 외진 곳에선 요금이 올라가고 한산한 시간대엔 가격이 내려간다.
동남아 시장 진출이 겉보기에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쉽지는 않다. 과거 ‘양말 한 켤레씩만 팔아도 10억 켤레가 넘는다’는 단순한 전략으로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뉴7’ 국가들에서도 현지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해 철수한 유니콘 기업들이 많다. 글로벌 앱 ‘인드라이브’와 로컬 앱 ‘로카’가 현지 밀착 전략으로 라오스 시장에 안착했으나 우버, 그랩 등은 여전히 사용되지 않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스타벅스, 맥도널드, 버거킹은 맥을 못 추고 있고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사업을 접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동남아를 하나로 뭉뚱그려 판단하지 말고 개별 국가의 특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도차이나 3형제’인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는 보통 한 묶음으로 묶이는데 사실 서로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과거 공산주의 국가에서 입헌군주국으로 변신한 캄보디아 경제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다. 신탁회사를 통해 사실상 외국인이 토지를 매매할 수 있고 일상에서 달러가 통용돼 환율 방어에도 유리하다. 또 라오스는 경제적, 민족적 측면에서 태국에 훨씬 가깝다. 잘로(베트남), 라인(태국), 페이스북 메신저(필리핀, 캄보디아) 등 선호하는 메신저는 국가별로 제각각이지만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 역할은 페이스북이 대부분 맡고 있다.
변화가 더딜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동남아 국가들은 이미 ‘현금이 필요 없는 사회’로 상당 부분 진화했다. 신용카드 보급을 건너뛰고 누구나 보유한 스마트폰을 활용한 QR코드 결제가 자리 잡았다. 노점상에서도 QR코드 결제가 가능하고, 상점에선 QR코드 결제만 받는 곳이 많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 안팎인 국가에서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수출하는 라오스에선 BYD 등 중국산 저가 전기차들이 택시로 사용되고 캄보디아에선 ‘툭툭(Tuk-Tuk)’이라 불리는 삼륜차마저 전기차로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 성공 사례도 상당하다. 베트남 국방부 산하 이동통신사 비엣텔은 현직 장성이 최고경영자(CEO)로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동티모르 등 10개국에 진출했다. 덴마크 맥주 기업 칼스버그는 라오스 국영기업이었던 ‘비어라오’의 지분 50%를 인수해 시장을 장악했다.
승리하려면 결국 현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맞춤형 전략을 세워 발 빠르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이미 숱한 경쟁자들이 뛰고 있으며 살림(인도네시아), CP(태국), SM(필리핀), 칩몽(캄보디아) 등 현지 재벌들도 강력한 경쟁자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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