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의대 학사 탄력 운영 지침’을 발표했다. 유급 판단 시기를 학기말에서 학년말로 미루고, F학점을 받아도 유급시키지 않고 다음 학기에 재수강 기회를 준다는 내용이다. 실습 시간 부족으로 올 9월 의사 국가시험 응시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시험 추가 실시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집단 유급으로 연간 3000명의 의사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예과 1학년들이 유급되면 내년에 증원되는 신입생까지 8000명이 6년간 한꺼번에 수업을 받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의대생들에 한해 낙제점을 받아도 진급시키는 것은 학사 원칙을 허무는 특혜다. 정부는 “특혜가 아니라 의료 안정이라는 공익을 위한 조치”라고 했다. 의대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낙제하면 전체 학년을 다시 다녀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만큼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허술한 학사 관리로 제대로 못 배운 의사가 배출돼 국민 건강에 지장을 주는 공익의 훼손은 어떻게 할 건가.
정부의 파격적인 특혜에도 의대생들은 복귀할 움직임이 없다. 당초 요구했던 대로 의대 증원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 의대 1년 치 학습량을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우고 100% 원격 수업도 가능하게 한다는 정부의 대책은 의대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의대는 학습량이 많아 방학이 없다시피 운영되고 대부분의 수업도 실제 환자 사례를 중심으로 소규모 토론과 실습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무시한 정책이 복귀 설득은커녕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있다.
정부로서는 의대생 복귀를 위해 추가로 내놓을 대책이 없는 상태다. 전공의들도 ‘미복귀자들까지 행정처분 철회’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했는데도 복귀 전망이 불확실하다. 지난 정부 시절 ‘10년간 4000명’ 증원 발표에 거세게 반발했던 의료계다. 그런데 ‘5년간 1만 명’을 증원한다면서 뻔히 예상되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복귀 호소 말고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의료 공백과 의대 교육 파행이 장기화할수록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향했던 비난 여론이 정부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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