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당대회’ 보는 것 같은 與 ‘자폭 전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2일 23시 44분



열흘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갈수록 난장(亂場)으로 치닫고 있다. 난데없이 김건희 여사 문자가 터져 나와 블랙홀처럼 전대 이슈를 빨아들이더니 색깔론까지 등장했다. 면전에서 자극적 언사를 퍼붓는 것은 물론 후보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압박하는 등 진흙탕 싸움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분당(分黨)대회’를 보는 것 같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원희룡, 한동훈 후보 간 충돌은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총선 고의 패배’ 주장을 펼쳤던 원 후보는 비례 사천 의혹, 댓글팀 의혹 등을 제기하며 “사실이면 사퇴하라”고 공격했다. 한 후보는 31년 전 원 후보의 치부를 빗대 “노상방뇨 하듯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마타도어”라며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보다도 못하다”고 맞섰다.

둘 사이엔 “전향한 좌파들과 (당 접수의) 큰 그림을 그리는 거냐” “원 후보야말로 운동권 출신 아니냐” 등 색깔론 공방도 오갔다. 윤상현 후보도 “한 후보 주변에 좌파 출신이 많다”고 가세했다. 나경원 후보는 “대통령 탄핵의 밑밥을 깔아주고 있다” “용산에 맹종하는 후보는 절대 안 된다”며 한, 원 후보를 싸잡아 겨냥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선관위의 잇따른 경고도 먹히질 않는다. 어제 열린 대구 합동연설회에선 ‘배신자’ ‘박근혜 탄핵’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본래 당내 권력 투쟁이 더 치졸할 수도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작금의 상황은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상궤를 한참 벗어났다. 이런 식이면 누가 대표가 되든 감정의 앙금이 봉합되기도 힘들 것이고 사실상 ‘심리적 분당’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08석에 불과한 소수 여당이 한 지붕 두 가족의 처지로 전락하면 국정의 한 축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겠나.

용산 권력은 어떻게든 여당에 대한 장악력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어 전대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반면 거대 야당은 탄핵의 공론화까지 시도하는 상황이다. 보수의 재건이나 혁신은커녕 수준 낮은 자멸극을 펼치고 있는 집권 여당에 혀를 끌끌 차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국민의힘#7·23 전당대회#분당대회#자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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