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취·협박 난무하는 유튜브 무법지대, 언제까지 방치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4일 23시 24분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은 구독자 1000만 명을 보유한 유명 ‘먹방’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거액을 뜯긴 사실을 알아내 이를 폭로하겠다며 협박·갈취한 혐의로 결국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구제역처럼 폭로 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버를 ‘사이버 레커’라고 부른다. 교통사고가 나면 난폭하게 달려오는 사설 견인차에 빗댄 말이다. 처음에는 이슈를 신속히 다룬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으나 유명인의 치부를 알아내고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뜯어내는 일도 비일비재해졌다.

쯔양 사건은 폭로 협박의 폭로라는 중층 구조 속에서 드러났다. 구제역과 또 다른 ‘사이버 레커’ 유튜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가 쯔양 협박에 대해 주고받은 대화의 녹취를 우파 유튜브 사이트 ‘가로세로연구소’가 입수해 공개하고 카라큘라가 자신은 폭로를 말렸다고 주장하면서 두 쪽 다 각각 1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 폭로로 먹고사는 유튜버들이 서로 물고 뜯는 난타전 속에 쯔양은 공개를 원치 않은 사생활이 알려지고 본인 입으로 전모를 밝히게 되는 2차 피해까지 입었다.

우리나라에 사이버 레커 유튜버가 많은 건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구제역은 다른 명예훼손 건으로 손해배상이나 벌금을 수천만 원까지 문 적이 있지만 녹취에서 ‘고소당해봐야 별것 아니다’는 식으로 말했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징역이 아니라면 3000만 원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큰돈이지만 고소득 유튜버라면 두어 달이면 벌 수 있는 돈이다. 유튜브에 돈이 몰리는 사실을 고려하면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가면을 쓰는 등 신원을 감춘 사이버 레커는 해외 플랫폼 본사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소해도 처벌 자체가 쉽지 않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폭로가 선량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할 경우 수입 창출을 차단하는 일시적 중단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유튜브 등은 해외에서 운영된다는 이유로 정부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다. 유럽연합(EU) 등지에서는 역외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효과적인 처벌과 신속한 구제의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플랫폼을 상대로 한 입법적 수단이 강구돼야 한다.


#갈취#협박#난무#유튜브#무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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