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시작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총파업이 일주일이 지났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3일 동안 파업하겠다고 했던 전삼노 측은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며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가 총파업의 목표로 ‘생산 차질’을 내세웠지만 다행히 아직 생산 라인은 정상 가동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파업의 동력은 떨어지고 있다. 파업 첫날 결의대회에는 노조원 6500여 명이 참석했는데, 12일 집회에선 200여 명으로 급감했다.
당장은 파국을 피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24시간 돌아가는 반도체 생산라인은 잠시라도 멈추면 정상화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인력, 비용이 들어간다. 2018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에서 단 28분 동안 정전이 발생했는데도 피해 금액은 500억 원에 달했다. 안정적 공급이 생명인 부품산업에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기업의 대외 신뢰도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분초를 다투는 반도체 전쟁 중에 공장이 멈출 수도 있는 회사와 누가 거래를 하려 하겠나.
특히 노조 측이 회사가 명운을 걸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를 멈춰 세우겠다고 나선 것은 우려할 만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현재 열세를 보이고 있어 빠른 추격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납품을 준비 중인데, HBM은 범용 메모리와 달리 맞춤형 제품이어서 고객사와의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파업이 근로자의 권리라지만 회사의 미래까지 볼모로 잡는 것은 ‘자해 파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민간 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최선두에서 싸우고 있는 국가대표 기업이다. 잘 싸워 달라고 국민들이 혈세를 들여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받은 각종 세금 감면액은 6조7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정부는 17조 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도로·용수·전력 등 기반 시설 지원을 약속했다. 여야도 반도체 산업에 대해 앞다퉈 지원 법안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잘돼야 나라도 잘된다며 응원해 온 국민들이 임금 인상을 위해 반도체 라인을 멈추자는 파업을 어떻게 볼지 노조는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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