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북 전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선 무단조퇴를 하려던 3학년 남학생이 말리는 교감에게 “감옥에나 가라”며 욕설을 하고 뺨을 때려 논란이 됐다. 영상에서 이 남학생은 복도에 다른 교사가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교감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이 학생의 학부모 역시 교사를 폭행해 학교로부터 신고당한 상태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학교 현장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매주 교사 시위가 벌어졌고 ‘교권 보호 5법’도 국회를 통과했지만 현장에선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 더 많다. 최근 서울교사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8명(84.1%)은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숨진 서이초 교사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답변도 78.6%에 달했다.
영상에서 더 충격적이었던 건 폭행을 당하면서도 뒷짐을 진 채 체념한 듯 서 있던 교감의 모습이었다. 난폭한 행동을 하는 학생을 제지하려다 자칫 아동학대로 몰리기 쉬운 학교의 현실이 손조차 대지 않으려 뒷짐을 지게 만든 것이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후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는 민원이 아예 없는 완벽한 교사다’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글은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앞두고 다시 각종 교사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고 있다.
글쓴이는 학부모 민원과 문제 학생이 많은 학년 담임교사를 자주 맡지만 학생·학부모·관리자 모두를 만족시키며 어떤 민원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학부모 상담에선 듣고 싶어 하는 좋은 말만 해주고, 수업시간에 학생이 딴짓을 하면 그냥 내버려둔다는 식이다. 글쓴이는 신규 교사 때 숙제를 많이 냈더니 학원 공부에 지장을 준다는 학부모 민원이 이어졌고, 잘못된 행동을 혼내고 나니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며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사이자, 좋은 평가를 받는 교사가 됐다고 했다.
전주 초등학교 영상을 보면서 이 글이 다시 떠올랐다. 아무것도 안 하는 교사, 학생의 문제 행동에도 뒷짐을 지는 교감을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또 서이초 사망 교사 유족들이 올 2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 제출한 영상도 생각났다. 영상에는 수업 중 의자를 뒤집고 발로 차는 아이, 울면서 물건을 던지는 아이 등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순직 심사 과정에서 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입증한 증거로 인정받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교사 밑에서 다양한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게 될까.
아동의 행동을 바로잡을 기회가 사라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내 자식 지상주의’에 빠진 학부모,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 교권 보호 5법, 학교에서 문제가 안 생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관리자, 아동·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게 된 관련 단체들…. 여기에 교권 침해를 문제 삼으면 학부모들이 ‘정서적 아동학대’로 맞대응하는 행태도 반복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이초 사건이 남긴 교훈을 살려 학교 현장에선 교권 보호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교실에서 문제행동을 했던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곳곳에서 더 큰 일을 저지를 때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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