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풀어쓰는 한자성어]至公無私(지공무사)(이를 지, 공평할 공, 없을 무, 사사로울 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5일 2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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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래: 사기(史記) 진세가(晉世家)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진(晉)나라의 평공(平公)이 기황양(祁黃羊)에게 물었습니다. “남양현장 자리가 비어 있는데 누가 잘할 것 같소?” 그러자 기황양은 “해호(解狐)가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평공은 “해호는 그대와 원수지간이 아닌가”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기황양은 “왕께서 제게 누가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인물인지 물었지, 신의 원수를 물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 대화 후 평공은 해호를 남양현장에 임명했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모두 잘된 인사라며 칭송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평공이 다시 기황양에게 물었습니다. “위(尉·군사를 거느리는 지휘관) 자리가 비었는데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가?” 이에 기황양은 “기오(祁午)라면 직책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평공은 “기오는 그대의 아들이 아니오”라고 물었고, 이번에도 기황양은 “왕께서 그 자리에 누가 가장 적합한가를 물었지, 신의 아들을 물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기황양의 의견을 귀담아들은 평공은 기오를 지휘관으로 임용했습니다. 공자(孔子)가 이 일을 듣고 “원수라고 해서 배제하지 않았고, 아들이라고 해서 피하지 않았으니 기황양이야말로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구나”라고 했습니다.

● 생각거리: 조선 중기 학자 정경세(鄭經世) 선생에게는 외사촌 동생과 매부가 있었습니다. 벼슬자리를 간절히 원했던 둘은 여러 번 부탁했지만, 선생은 끝까지 청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이 간혹 이야기를 꺼내기라도 하면 선생은 “두 사람 모두 벼슬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어찌 조정의 벼슬을 가벼이 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친구들은 그의 지공무사(至公無私)한 처사에 감탄했다고 합니다.

#신문과 놀자#한자성어#지공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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