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멸종되고 있는 ‘양서류’
피부 얇아 체온 조절 능력 부족해
온도-습도 등 기후 변화에 취약
도시 개발로 양서류 서식지 줄어… ‘대체 서식지 조성’ 대안으로 부상
경기 안산시에 조성하려던 ‘세계정원 경기가든’ 사업이 최근 일시 중단됐습니다. 사업 부지에서 법정보호종 맹꽁이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또 경기도는 이달 9일 1억8700만 원 규모의 ‘맹꽁이 포획 이주 및 모니터링 용역’을 입찰 공고했습니다. 사업 부지에서 발견된 맹꽁이들을 대체 서식지로 옮겨 보호하기 위해서죠. 맹꽁이는 대체 어떤 생물이기에 공사까지 멈추고 살 곳을 찾아 옮겨주려는 걸까요.
● 멸종 0순위, 위기의 양서류
맹꽁이는 양서류의 한 종류로 멸종위기 야생생물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 요인으로 개체 수가 현저히 감소하거나 소수만 남은 종으로 법을 통해 보호를 받습니다. 생물종이 완전히 사라지면 생물 다양성이 낮아지고 생태계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죠. 양서류는 여러 동물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는 동물군입니다.
양서류는 맹꽁이나 도롱뇽같이 물과 땅을 오가며 사는 생물입니다. 그런데 현재 전 세계 8011종의 양서류 중 약 41%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종의 26.5%가 멸종 위기인 포유류, 종의 12.9%가 멸종 위기인 조류 등 다른 동물군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비율입니다.
양서류가 특히 빠르게 멸종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기후변화 등 환경에 의한 요인과 토지 개발, 도로 건설 등 서식지 파괴에 의한 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양서류는 피부가 얇고 체온과 수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른 척추동물보다 부족합니다. 그래서 온도, 습도, 강우량 등이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880년 이후 약 1.2도 높아졌습니다. 또 1901년 이후 전 세계 평균 강수량은 10년마다 약 1mm씩 증가해 왔고, 갑자기 극단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 날도 1970년 이후 계속 늘고 있습니다.
기온이 높아지면 양서류가 피부호흡을 하기 어려워지고, 강수 패턴의 변화는 양서류가 알을 낳고 올챙이가 자라는 데 필요한 물 환경을 변화시킵니다. 맹꽁이의 경우 장마철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얕은 웅덩이에 알을 낳고 장마가 끝나기 전 빨리 성체가 되는 전략을 씁니다. 그런데 비가 너무 안 내리면 알을 낳을 수 없고,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 알이 휩쓸려가 버리거나 붕어 같은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죠. 이처럼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는 양서류의 번식 주기와 부화율, 생존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양서류는 환경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종으로 꼽힙니다.
● 서식처 소멸로 살 곳이 없어진다
양서류가 멸종위기에 처한 또 다른 이유는 서식처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번식은 물에서 하고 일상생활은 뭍에서 하는 양서류의 특성상 ‘습지’와 ‘마른 땅’이란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농경지는 땅과 습지가 잘 연결된 형태로 양서류가 살기에 딱 알맞았죠. 하지만 농경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고, 습지 개발과 도로 발달 등 도시화 진행으로 양서류에 적합한 서식지가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국내 양서류 멸종의 원인으로 ‘지나치게 밀집도가 높은 도로’를 꼽기도 했습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도로 밀도가 굉장히 높은 편인데 습지와 산이 아무리 가까워도 그 사이에 도로가 놓이면 양서류가 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두꺼비 같은 양서류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산란을 하기 위해 저수지로 내려가는 시기가 되면 전국 각지에 두꺼비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한 현수막이나 표지판이 내걸립니다. 지자체들은 두꺼비가 무사히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생태통로를 만들거나 안전한 길로 유도하기 위한 그물망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로와 맞닿은 모든 서식지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또 다른 생태 단절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개발 막을 수 없다면 대체 서식지로 보상해야
도시가 점점 더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개발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개발과 공존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더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대체 서식지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특정 생태계를 훼손할 때 파괴된 만큼의 서식지를 다른 위치에 만들어 보상하는 방식입니다. 맹꽁이가 사는 습지를 개발한다면 그 습지의 맹꽁이들이 살 수 있는 새 서식지를 만들어 이주시키는 식이죠.
대체 서식지를 조성해 생물 다양성을 지키려는 시도는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0여 년 전부터 대체 서식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아직 사후 모니터링과 연구가 충분히 진행된 사례는 없습니다.
대체 서식지를 조성할 때는 대상 종이 좋아하는 자연 서식지의 특성, 먹이, 활동 범위, 은신처, 번식 환경 등 생태적 특징과 대상 종 이주 후 예상되는 위협 요인들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계획을 짜야 합니다. 대체 서식지를 만든 후 이주한 생물이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서식지를 점검하는 사후 관리 역시 중요합니다. 서식지 내 흙과 식물, 인공 시설물 등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와 대체 서식지 내 양서류 종의 출현 빈도나 번식률 등은 어떤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실질적으로 종 보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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