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순·임시직 내몰리는 2차 베이비부머, 954만 대기 중인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5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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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총 954만 명이나 되는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올해부터 본격화하는데 우리 사회의 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전체 인구의 18.6%가 10년 안에 산업 현장에서 단계적으로 퇴장하고, 이후 세대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 노동력 부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수십 년간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50, 60대 ‘젊은 은퇴자’들이 아파트 관리인, 편의점 알바 같은 저임금 단순직이나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1964∼1974년 출생자인 2차 베이비부머는 올해 최연장자가 60세에 도달했다. 1955∼1963년에 태어난 705만 명의 1차 베이비붐 세대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고, 고도 성장기였던 1980, 90년대에 어렵지 않게 취직해 오랫동안 일했다. 그래서 이들이 모두 은퇴할 경우 노동력 부족으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대 0.38%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한다.

더욱이 고학력에 건강 상태도 좋은 2차 베이비부머들은 70세 넘어서까지도 일하겠다는 열의가 강하다. 청년들이 기피하는 중소기업들은 이 세대 숙련공들이 그만두고 나면 공장을 돌리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적으로도 이들이 산업 현장에 오래 머물러야 이득이다. 복지비용 증가, 국민연금 고갈 속도를 늦출 수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노동 수명, 노인 고용을 늘리면 국내총생산(GDP)과 재정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년 제도와 경직적인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미국, 영국은 나이로 인한 근로자 차별을 없앤다는 취지로 오래전 정년을 폐지했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춰 일하는 나이를 60대 중반까지 속속 늘리고 있다. 법정 정년이 한국처럼 60세인 일본은 기업들이 재계약 등을 통해 임금을 낮추면서 적게는 65세, 많게는 70세까지 근로자들을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현대차 노사가 최근 정년퇴직한 기술·정비직을 신입 초봉 대우로 2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한 건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기업이 많아지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동인구 감소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정부도 노동력 쇼크에 대비해 2차 베이비부머의 축적된 역량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재고용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


#2차 베이비부머#은퇴#정년 제도#노동력 쇼크 대비#재고용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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