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씨에게서 디올백을 받은 뒤 대통령실 유모 행정관에게 반환을 지시했다고 김 여사 변호인이 밝혔다. 김 여사가 “바로 돌려주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으니 기분 나쁘지 않도록 추후 돌려주라”고 했는데, 유 행정관이 깜빡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유 행정관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런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유 행정관은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직원 출신으로 김 여사를 가까이에서 보좌하고 있다.
김 여사가 디올백을 받은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대통령실은 올해 1월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고 밝혔다. 개인의 물건이 아니라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한 여당 의원은 “국고에 귀속된 물건을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라고까지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사건을 종결 처리한 주요 근거도 최 씨에게서 받은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 있다면 대통령기록물이 되므로 청탁금지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첫 보도가 나온 지 7개월 넘게 지나서 갑자기 김 여사가 처음부터 디올백을 돌려주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공적인 물건이라서 반환할 수 없다고 했던 대통령실과 여당의 기존 설명과 배치된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등 김 여사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 말 없다가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를 앞둔 시점에서야 불쑥 내놓는 이런 주장을 누가 납득하겠나. 법적으로 다툴 소지를 줄이기 위해 디올백의 성격을 바꾸려는 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야당에서는 당장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부부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직원의 실수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여사가 실제로 지시를 했는지, 행정관이 김 여사의 지시를 ‘깜빡’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용산 청사에 보관 중이라는 디올백은 어떤 과정을 거쳐 옮겨왔는지, 현재 보관 상태는 어떤지 등 궁금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진작에 답을 내놨어야 할 사안들이다. 검찰이 언제까지 말로만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칠 것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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