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조종엽]“트럼프는 미국의 히틀러” 비판하다 러닝메이트 된 밴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6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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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D가 나에게 알랑방귀를 뀌고(kiss my ass) 있다. 그는 내 지지를 간절하게 원한다.” 2022년 9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오하이오) 지지 유세에서 한 말이다. 사실 밴스는 이민 정책을 두고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에 빗대는 등 강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그런 밴스가 자신에게 복종한다는 걸 군중 앞에서 과시한 것이다. 올 11월 치러질 대선에서 승기를 잡은 트럼프가 15일(현지 시간) 밴스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밴스는 쇠락한 러스트 벨트 출신으로 성공한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를 2016년 출간하며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책엔 삶이 무너진 저학력 백인 노동자 계층의 분노와 좌절이 담겼다. 그가 예일대 로스쿨에 가겠다고 하니 아버지는 지원서를 쓸 때 ‘흑인이나 진보주의자인 척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가 속한 집단의 자포자기 수준이 그렇게나 심했다는 얘기다. 책은 트럼프 핵심 지지층의 정서를 대변했지만 밴스는 보수주의자이면서도 트럼프에 비판적이었다. 2016년 대선 당시엔 트럼프를 “유해하다(noxious)”고까지 했고, 보수 성향의 무소속 에번 맥멀린 후보를 지지했다.

▷그런 그의 입장은 정치 입문을 고려하기 시작한 2018년경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오하이오주 등 지역민의 좌절감을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이후 자신의 트럼프 비판 트윗을 삭제했고,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에 뛰어들었다.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대선은 부정선거라는 주장에도 동조하는 등 골수 트럼프 지지자로 거듭났다.

▷밴스의 변신이 순전히 정치적 야망 때문인지는 그 자신만 알 것이다. 다만 요즘 미국 정치 현실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트럼프에 맞서고서 정치적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2022년 오하이오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 역시 트럼프가 누구를 간택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밴스가 원래 가진 고립주의와 경제적 포퓰리즘 지향이 트럼피즘에서 길을 찾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984년 8월 2일생으로 만으로는 아직 39세인 밴스는 1952년 리처드 닉슨(당시 39세) 이후 최연소 미국 부통령 후보다. 트럼프의 적지 않은 나이와 도덕성의 결함을 커버할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당선될 경우 2028년 선거엔 출마하지 못하는 ‘트럼프 이후’를 노려볼 수도 있다. 밴스가 처음 유명해졌을 때 미국의 진보 성향 주간지 ‘뉴 리퍼블릭’은 그를 두고 ‘블루 아메리카(백인 노동자 계층)를 위한 거짓 예언자’라고 했다. 그 말이 맞을지 진짜 선지자가 될지, 트럼프뿐 아니라 밴스에게도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조종엽 논설위원 jjj@donga.com
#트럼프#비판#러닝메이트#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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