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대한민국 정신건강정책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다.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로서, 작년 12월 5일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에서 정신건강정책을 총괄하는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위원회를 만들라는 대통령의 강한 지시를 배경으로 위원회가 탄생한 것이다.
정신건강 분야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늘 투자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개인 정신건강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 예방과 치료, 재활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투자해야 할 시기임이 분명하다.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정신건강에 대한 새로운 자유 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창설해 공공과 민간을 아우른 정신건강 서비스 전달 체계를 확립하고자 노력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조차 정신질환자를 시설에 수용하고 격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환자의 회복과 자립을 목표로 질환에 대해 인지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한민국 상황은 어떨까?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치료에 대한 거부감,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로 오해와 편견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중증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내 회복과 자립을 위한 지원은 걸음마 수준이다. 그들을 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보고 꺼리는 인식이 여전하다. 가벼운 불안, 우울, 불면과 같은 증상은 물론이고 중증 정신질환도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받으면 일상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중증 질환은 입원 후 사회에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꼭 필요하지만, 아직 지원이 미미한 상태다. 재활시설이 없는 지자체가 대다수이고 지역사회 내에서 정신질환자들을 지원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인력과 재정이 열악하다. 사명감으로 버티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최근 마약, 도박을 비롯한 각종 중독성 질환의 증가는 큰 사회적인 문제다. 단순히 사법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일이 아니다. 중독 질환은 뇌와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는 질병이며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기에 이를 위한 인프라가 절실하다.
대한민국은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우리의 행복지수는 낮고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혁신위 특별고문으로 위촉된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는 정신건강 위기는 외로움, 자살률, 출생률 측면에서 심각한 삼중 전염병(triple-demic)으로 발현되어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그동안 우리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스스로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이제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정부가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는 모든 단계에서 한계에 봉착한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정책 체계를 정비하고 인식-예방·조기 발견-치료-회복의 전 주기를 총체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자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5년, 10년 후를 내다보며 정책을 수립하고 서서히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지금의 출발이 국민 정신건강을 위한 큰 걸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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