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주택 관련 대출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 인상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3%포인트나 올렸고, 신한은행도 일주일 새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우리은행 역시 이달 중순 주담대 금리를 소폭 올린 데 이어 24일부터 0.2%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전세대출 금리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리고 있다.
이와 달리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담대 금리의 기준인 금융채 5년물 금리와 코픽스(COFIX) 등은 최근 연중 최저점까지 떨어졌다. 시장금리는 하락하는데 은행권 주택 대출금리는 거꾸로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가계 빚 급증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대출을 자제하라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이달 중순부터 현장 점검까지 진행하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세 등과 맞물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에만 6조 원 넘게 불어나자 부랴부랴 은행 팔을 비틀어 대출 관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가계대출 고삐가 풀린 데에는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도 큰 몫을 한다. 최저 금리가 연 1%대에 불과한 신생아특례대출에 30대 무주택자들이 몰리는데, 정부는 3분기부터 대출 문턱을 더 낮추기로 했다. 저리의 정책금융 상품인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상반기 금융권 주담대 증가액의 76%를 차지한다. 대출 한도를 조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또한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두 달 연기하며 막차를 타려는 대출 수요를 부추겼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예금금리는 줄줄이 떨어지는데 대출금리는 반대로 오르면서 은행들의 예대마진(예금·대출금리 차)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엇박자 정책과 뒷북 관리에 대출 실수요자들은 시장금리 하락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은행들만 이익을 본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원칙도 없이 금리만 올려라 내려라 하는 식의 정부 개입으로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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