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로나 이후 자퇴 급증… ‘학교 꼭 다녀야 하나’ 묻기 시작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1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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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학업을 중단한 고교생이 2만5792명으로 전체 고교생의 2%를 기록했다. 학업 중단 학생이란 자퇴, 무단결석, 퇴학 등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을 모두 포함한다. 보통 이 비율이 2%를 넘으면 학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현재 고교 1∼3학년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중학교 1∼3학년이었다. 학교가 문을 닫는 동안 학습 손실, 교우 관계 결핍 등이 누적된 ‘코로나 세대’가 고교에 진학한 이후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학업 중단 학생은 내신 경쟁이 치열한 서울 강남·서초 등 일부 지역과 일반고에 집중돼 있었다. 검정고시를 치르거나 해외 유학을 대입 우회로로 선택한 자퇴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학업 중단 비율은 지역이나 학교 유형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증가해 ‘탈(脫)학교’ 흐름이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업 중단 비율이 코로나19 유행으로 학교가 문을 닫는 동안 줄었다가 2022년부터 급등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사들은 코로나19 이후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규칙을 따르기 어려워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업 중단 학생들은 그 이유로 ‘학교 수업이 지루하다’ ‘공부가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등 학교 부적응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 친구와의 정서적 유대감까지 사라지면서 학교에 다닐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학교 없는 일상을 경험한 학생들이 기계적인 줄 세우기가 전부인 학교를 ‘왜 다녀야 하나’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오직 대학 입시만을 위한 획일적인 교육에 염증을 느끼는 학생들은 점점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학령기에 학업을 중단하면 학력 격차가 벌어져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물림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도 커진다. 국가적으로도 가뜩이나 부족한 인적 자원을 잃는 손실이 발생한다. 학업 중단 학생들을 붙잡으려면 학교가 다양한 학생을 품을 수 있는 경쟁력을 길러 학생 저마다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학교를 떠나면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도 정부가 체계적 지원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자퇴#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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