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투스트라(Zarathustra)는 불을 숭배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대 종교 조로아스터교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주인공인 그는 니체의 난해한 사상을 풀어 전달하는 이야기꾼 역할을 맡고 있다. 니체 철학의 핵심인 신의 죽음, 영원회귀, 운명애 등을 잘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자라투스트라 이야기의 출발점이자 종착역 모두 동굴이다. 따라서 동굴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라투스트라는 서른 살부터 10년 동안 빛이 없는 깜깜한 동굴 안에 머무른다. 니체가 말하는 동굴은 플라톤의 동굴과 대조를 이룬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따르면 인간은 동굴 안 쇠사슬에 묶여 있는 노예와 같다. 그들은 벽에 비치는 사물의 그림자를 진짜로 여기지만 철학자는 동굴 밖으로 나가서 빛에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여기서 어둠은 사물을 분별할 수 없는 무지의 배경이며 빛은 사물의 근거를 밝히는 올바른 인식, 즉 에피스테메(episteme)를 뜻한다. 감성에 바탕을 둔 억견(臆見·doxa)과 구별된다는 점에서 ‘참된 지식’을 말한다. 플라톤에 따르면 감각 경험으로 파악된 것은 에피스테메가 될 수 없고, 인간의 이성으로 파악되는 것만이 진리가 될 수 있다. 즉, 에피스테메는 이데아를 파악하는 진정한 인식인 반면, 억견은 감성적 주관을 통한 낮은 단계의 인식이다.
그러나 자라투스트라는 동굴의 어둠 안에서 진리를 깨쳤기 때문에 빛의 세계로 굳이 올라갈 필요가 없다. 자라투스트라는 동굴 밖으로 나온 후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한다. 위로 올라가면 플라톤이 말한 빛의 세계, 이데아의 세계가 있겠지만 자라투스트라는 반대 방향인 아래로, 어둠의 세계로 내려가기로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다음과 같이 외친다. “빛이여, 너는 비추어야 할 대상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빛이 빛을 받는 대상이 없으면 존재할 의미가 없듯이, 깨달음도 그것을 들어 줄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하늘에 태양 빛이 있고 그 빛을 반사하는 별이 있어야 더 아름답듯이, 그것을 듣는 대중들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태양이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땅으로 빛을 내려 주듯이 최고의 덕은 베푸는 것이다. 자라투스트라는 그 빛을 갖고 어둠의 세계인 대지로 내려가 대중들에게 진리를 알려주고자 한다. 자라투스트라가 대중에게 선물로 주고자 하는 지혜는 ‘황금빛 태양과 그 주위를 휘감고 있는 지혜의 뱀’, 즉 ‘황금지팡이’로 상징된다. 동굴은 더 이상 어둠이 뜻하는 무지의 공간이 아니라 치유의 공간이다.
자라투스트라는 땅 위를 여행하다 힘이 들면 가끔 동굴로 되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길을 가다가 만난 이들에게 동굴로 뻗은 길을 보여주며 동굴에서 쉬어 갈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플라톤이 부정했던 동굴은 니체에게 삶의 지혜를 깨달을 수 있는 긍정의 공간이다. 자라투스트라가 동굴에서 깨친 진리의 내용은 머리로 깨닫는 이성적 진리보다 신체적 지혜(Leib)로 경험하는 현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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