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파산을 신청한 기업이 1000곳에 육박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1∼6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은 987건으로, 1년 전보다 36% 급증했다. 올 들어 하루 평균 5개 기업이 사업을 접은 셈이다. 코로나 위기가 닥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파산 신청을 한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팬데믹 위기를 겨우 헤쳐 나온 중소기업들이 숨 돌릴 틈도 없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복합위기를 맞아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반기 회생을 신청한 기업은 810여 곳에 그쳐 파산 신청보다 적었다. 회생 절차에 드는 비용조차 부담이 되거나 재기 의지를 잃어버린 중소기업들이 회생 대신 곧바로 파산을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부터 건설업, 서비스업, 벤처·스타트업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도산 기업이 늘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국내 최초로 민간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던 한 스타트업은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다가 올 5월 파산했다.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상반기 폐업을 신고한 종합·전문건설사는 1800곳이 넘는다. 경기 반월시화공단 등에는 급매 현수막을 내건 채 문 닫은 공장들이 수두룩하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 줄도산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1400원을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 탓에 수입 원자재값이 폭등해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업체가 상당수다. 중소기업들이 은행권에서 빌린 돈이 역대 최대인 1028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연체율은 갈수록 뛰고 있다.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들의 부실 폭탄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유망 기업과 장기간 부채로 연명해 온 부실 기업을 가려내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때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도 미래 성장성이 충분한 기업은 적극 지원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국내외 시장을 개척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당장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까지 끌어안고 가다가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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