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대책에 대한 경제적 식견은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 교수가 말한 ‘결혼 편익이 비용보다 커야 한다’는 간결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결혼·출산 전보다 인간관계와 행복감, 경제적 안정, 직장 내 인사 처우 등에서 나아진다면 해결 방안이 생긴다. 결혼·출산으로 가정의 행복이 커지고 미혼세나 가족친화세제 등 미혼 비용 증가와 출산 편익 증대를 위한 각종 제도를 도입하면 촉진 효과는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일자리 완성도다. 지금 당장 결혼·임신·출산·육아가 일자리 진입에 유리하고 출산 친화적 처우를 받을 직장 환경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둘째 출산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다. 일자리는 자아요, 삶의 존재 평면·바탕이다. 오랜 시간 머무는 직장이 출산 중립적 혹은 불리한 처우를 한다면 출생률 대책은 그곳에서 그친다.
대한민국의 직장 진입과 내부 처우는 임신·출산에 친화적인가. 정부든 기업이든 유리하기보다는 퇴직 명분이 되는 등 불리하다. 전직·인사·승진·성과 보상에서 단절로 간주된다. 법정 기간 이상 휴직자는 더욱 극복하기 힘든 불리함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적극적 평등실현조치(Affirmative action)’처럼 적극적 출산 우대 조치가 필요하다. 정책 집중이 가능한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부터 솔선해 출산·육아 친화 부처 인증제를 도입, 구체화하고 인증 취득 기관이 돼야 한다. 위계질서가 강하고 구성원 모두에게 업무 지시의 구속력이 미치는 정부가 직장 내 저출생 대책에서 더 정확히 인지하고 솔선해야 할 이유다. 정부 먼저 직장 내 저출생 대책 선도자가 된다면 실행력과 영향력이 따라온다.
정부는 휴가 정책도 좀 더 세밀히 시행해야 한다. 매년 공무원 휴가 사용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친다. 장관과 부서장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기관장도 아직”과 같은 일말의 휴가 제어 분위기도 노출하지 않아야 편하다. 산업화, 민주화를 거친 기관장은 스스로 휴가 DNA를 되돌아봐야 한다. 일과 결혼한 것처럼, 휴가 권장 없는 기관이 출생 친화 조직이 될 수 없다. 기관장, 부서장은 출산 휴가자가 인사와 승진, 성과 보상, 교육·연수에서 불이익받지 않는지 세심히 살피고 실천해야 한다. 출산 휴가자의 인사, 승진 등 결정에 반드시 결혼·출산 고관여층인 여성을 절반 포함하는 의결 방식이 필요하다. 출산·육아휴직, 아이돌봄휴가는 당연 사용 원칙으로 가지 않으면 관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야 한다. 육아휴직은 가정마다 돌봄 사정이 다르므로 휴직 기간을 넘더라도 적응 훈련 기회를 부여할 뿐, 승진 지연 등 인사 요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육아‘휴직’은 ‘직’에서 잠시 물러날 뿐 새로운 ‘업’이며 ‘휴가’가 아니라는 관점을 제도로 적극 반영해야 한다.
사회 전반의 변화에는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선제적 제도와 선도적 주체가 견인하는 시행 방식이 필요하고, 지속을 위해서는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부서장 평가에 출산휴가 관리를 10% 반영하는 것 등이다. 정책 저변 확대를 위해선 어느 한 기관만이 인사·승진·성과 보상에 반영해선 안 된다. 정부 전체 순위 발표, 예산편성·배정액 연계, 성과급 차등, 관급공사·보조사업 가점 필수 반영 등 경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먼저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 선도하면 시장과 기업이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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