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새 지도부 선출… ‘한동훈 체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3일 23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자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자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선출됐다. 한 후보는 어제 전당대회에서 62.84%의 높은 득표율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7개월 만에 당 대표직에 오르게 됐다. 전대 초반부터 형성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흐름을 뒤집으려던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의 추격전은 무위에 그쳤다. 국민의힘이 ‘윤심(尹心) 체제’가 아닌 ‘한동훈 체제’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집권 여당으로선 최악의 총선 참패 이후 당의 활로를 찾기 위한 중대한 이벤트였다. 하지만 ‘자폭 전대’ ‘분당대회’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온갖 네거티브 공방의 진수를 보여줬다. 당 쇄신 방향을 둘러싼 토론과 경쟁은커녕 ‘배신자’ 공방을 시작으로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 ‘댓글팀’ ‘여론조성팀’ 의혹 등 자해 수준의 폭로전으로 이어졌다. 막판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공소 취소 부탁’ 논란 등 스스로 ‘사법 리스크’의 함정에 빠져드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탓에 투표율이 지난해 3·8 전대보다 6.6%포인트 낮은 48.5%에 머물렀지만 한 후보 우세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정당 경험이 일천하고 조직력도 약한 한 후보가 친윤 세력의 각종 견제와 저지에도 불구하고 1차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여권의 권력 지형에 질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뜻한다. 집권 후 ‘당정일체’를 내세워 여러 차례 대표를 갈아치웠던 ‘윤심’은 이번엔 먹히지 않았다. 당원들의 선택은 ‘안정적인 당정 관계’보단 ‘보수의 혁신적 재건과 변화’였다.

압도적 지지 속에 ‘한동훈 체제’가 출범했지만 국민의힘이 순탄하게 혁신의 길로 나아갈지, 또 다른 내홍에 휩싸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번 전대에서 용산 대통령실은 짐짓 ‘불개입’을 표방했지만 난데없는 ‘문자 소동’에서 보듯 한동훈 체제의 등장을 껄끄러워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임을 강조했지만 한동훈 체제는 ‘여의도 출장소’로 불린 수직적 당정 관계를 바꾸고 당의 질적 변화를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용산이 부담스러워하는 이슈인 김 여사 문제나 채 상병 특검 문제 처리 등을 놓고 격렬한 ‘윤-한’ 충돌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192석 거대 야권은 입법 폭주를 거듭하며 대통령 탄핵 불 지피기에 나서고 있다. 한 대표는 그런 점에서 소수 여당의 ‘원외’ 대표로서 어떻게 이런 딜레마적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갈지, 어떻게 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심리적 상처’를 보듬고 거대 야권을 상대할지 등 정치력의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투쟁 차원이 아니라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 대선 혼란 등 대외 여건도 안갯속이다. 전대 이후에도 한 지붕 두 가족 싸움을 벌일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여당 당대표#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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