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살다 내 집에서 잠자듯 임종을 맞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소망일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임종 장소는 집이고, 1990년대 초반만 해도 10명 중 8명이 집에서 임종을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병원에서 온몸에 의료기기를 매단 채로 생을 마감한다. 집에서 편안한 임종을 맞는 경우는 16%에 불과하다. 집에서는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탓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돌아본 네덜란드 노인 돌봄 현장은 의료 간호 요양 제도를 연계해 운영한다면 집에서 임종을 맞는 일이 어렵지 않음을 보여준다. 네덜란드는 병원에서 임종하는 비율이 2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고령자들은 주간 돌봄 시설에서 이웃과 텃밭을 가꾸고 동물을 기르며 활기찬 노년을 보낸다. 치매를 비롯해 만성 질환이 있거나 골절상을 입어도 병원 대신 집에서 방문 치료와 간호를 받는다.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더라도 최대한 집과 비슷한 환경에서 스스로 요리하고 빨래하며 지낼 수 있다.
네덜란드처럼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선진국들은 ‘내 집에서 늙고 죽을 권리’ 보장을 노인 의료와 복지 정책의 목표로 삼는다. 사회와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활기 있게 살다가 존엄한 죽음을 맞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급적 병원 신세 지지 않고 살다 가도록 돕는 정책은 불필요한 의료 행위와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해외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들어가는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은 노인 맞춤형 의료 돌봄 체계가 미비한 탓에 나이 들어 몸이 불편해지면 요양원 요양병원 응급실 중환자실을 전전하며 불필요한 검사만 받다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첨단 의료 기술을 의미 있는 삶을 연장하기보다 고통스러운 죽음을 연장하는 일에 쓰고 있다. 이에 따른 의료비 부담도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는 상황이다. 이제는 삶의 질 못지않게 죽음의 질도 관리해야 한다. 육체적 고통 없이, 살던 곳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한 임종을 맞을 수 있어야 개인도 사회도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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