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은 나라를 망친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할 고별 메시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4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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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고별연설을 준비하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위키피디아
1989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고별연설을 준비하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위키피디아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I believe it is in the best interest of my party and the country for me to stand down and to focus solely on fulfilling my duties as President for the remainder of my term.”(사퇴하고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 임무를 완수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이라고 믿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한 달 가까이 계속된 미국 대선 후보 사퇴 드라마가 끝났습니다. 핵심 단어는 ‘stand down’. 서서(stand) 아래로 향하다(down), 즉 ‘사퇴하다’라는 뜻입니다. ‘step down’과 같은 뜻입니다.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지도자가 물러나지 않으려는 데는 두 가지 심리적 이유가 있습니다. ‘mission’(임무)과 ‘stature’(지위)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고 여겼습니다. 29세에 상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50년 동안 고위 정치인으로 살았습니다. 그런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정체성 상실을 의미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 임기를 끝냅니다. 임기 말이 불안한 한국 대통령들과 달리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식으로 대국민 고별연설(farewell address)을 하고 퇴임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참고할 만한 고별연설을 알아봤습니다.

△“In the councils of government, we must guard against the acquisition of unwarranted influence by the military-industrial complex.”(정부 운영에서 우리는 군산복합체의 부당한 영향력을 이겨내야 한다)

첫째, 경고형입니다. 국민에게 어려운 숙제를 주고 떠나는 유형입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잘 몰라도 1961년 고별연설은 미국인들이 모두 기억합니다. ‘military-industrial complex’(군산복합체)라는 유명한 단어가 등장합니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에만 쓰이도록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People ask how I feel about leaving. And the fact is, parting is such sweet sorrow.”(사람들은 나에게 떠나는 기분을 물어본다. 사실을 말하자면 떠나는 것은 달콤한 슬픔이다)

반대로 자기 감정에 충실한 유형입니다. 1989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고별연설에서 퇴임 후 자유로운 생활은 달콤하지만 떠나는 것 자체는 슬프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부분’이라는 뜻의 ‘part’는 원래 나눈다는 의미에서 출발했습니다.

감성적 연설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냉전 종식, 레이거노믹스 등 화려한 업적은 이미 증명됐으니 일일이 열거할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All these emergencies have required the President to put in long hour―usually 17 hours a day, with no payment for overtime.”(긴급사태 때 하루 17시간 초과수당도 못 받고 일했다)

생색형입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일본 원자폭탄 투하, 한국전쟁 참전 등 어려운 결정을 많이 내린 대통령입니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그는 1953년 고별연설에서도 ‘buck’을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 것은 물론 국민을 위해 저렴하게 봉사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The Spirit of the Party agitates the community with ill-founded jealousies and false alarms, kindles the animosity of one part against another, foments occasionally riot and insurrection.”(파벌주의의 망령은 질투와 허위 경고로 결속을 흔들고, 서로의 적대감을 키우며, 폭동과 반란을 조장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많이 참고할 곳으로 보이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고별연설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헌법에 3선 금지 규정이 없었음에도 2번의 임기가 끝난 뒤 미련 없이 물러나는 전통을 세웠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영국 조지 3세 국왕은 이렇게 감탄했습니다. “He will be the greatest man in the world.”(그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워싱턴 대통령이 1796년 신문에 기고한 32장짜리 고별연설은 ‘최고의 명문(名文)’이라는 찬사를 받습니다. 파벌주의가 미국 최대의 적(worst enemy)이라는 내용입니다. 폭동과 반란을 조장한다는 구절은 2021년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때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요즘 한국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미국 대선#후보 사퇴#도널드 트럼프#대국민 고별연설#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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