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갑지만 조마조마한 결혼-출산 반등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4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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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혼인 건수는 2만923건으로 작년 5월에 비해 21.6% 불어 5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지난 4월 혼인 건수가 4월 기준 역대 최대폭인 24.6% 늘어난 데 이어 두 달 연속으로 혼인 건수가 2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혼인 건수가 두 달 연속 20% 이상 증가율을 보인 것은 198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혼인신고서 작성대 모습. 2024.7.24. 뉴스1

5월 출생아 수가 1만9547명으로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출생아 수가 지난해 대비 두 달 연속 늘어난 건 8년 6개월 만이다. 출산의 선행 지표인 결혼 건수도 두 달 연속 20%가 넘게 늘면서 2만 건을 넘어섰다. 통계청은 코로나19 유행 동안 미뤘던 결혼이 늘어남에 따라 출산도 함께 늘었다고 분석했다. 결혼 건수는 2022년 8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결혼과 출산까지 시차가 있고, 출산 대부분이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볼 때 1만 명대로 떨어진 출생아 수가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합계 출산율이 0.76명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출생아 수가 늘었다니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통계청은 30대 초반 초혼 건수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같은 주거 지원과 지방자치단체의 결혼 지원금 등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최대 500만 원의 결혼 장려금을 지급한 대전이나 전세자금 이자 상환액을 지원한 대구 등에서 결혼 건수가 뛰었다.

출생아 수 깜짝 반등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결혼과 출산이 급감했다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기저 효과인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장기 추세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백약이 무효’이던 저출산인데 통계청 설명대로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섣불리 예단하기는 이르다. 현금성 지원이 단기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독려할지는 모르나 장기적인 효과는 아직 입증된 바가 없다. 또한 지금 결혼 적령기인 1991∼1995년생은 한 해 출생아 수가 70만 명으로 회복됐던 시기에 태어났다. 산모 수가 늘어난 데 따른 출생아 수의 기계적 반등일 가능성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을 저출산 ‘월드 챔피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출산에는 특효약이 존재하지 않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 현재 진행 중인 가족정책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과 출산, 육아에 따른 장애물을 차근차근 제거해 나가되 청년들의 경쟁 압박을 낮출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도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야 모처럼 찾아온 결혼과 출산의 반등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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