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돼 10%의 보편관세를 요구할 경우 한국의 예외 적용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는 미 싱크탱크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의 대미 투자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점 등을 근거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양자협정을 추진해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불확실한 대미 통상환경 속 한국의 통상정책 어젠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무역수지 적자 해소가 정책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고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87억 달러로, 이미 2022년 연간 흑자 규모를 넘어섰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한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의 전략 제조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대미 수출과 무역흑자가 늘어났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 투자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 온 만큼 한국이 보편관세의 예외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라고 조언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대미 외국인직접투자(FDI)로 창출된 일자리 7만4500개 중 17%를 한국 기업이 만들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했으니 한미 FTA는 ‘트럼프의 협정’이고, 한국은 관세 면제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이런 조언을 적극 활용해 미국에 제시할 논리와 근거를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미국 대선의 판세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다.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지는 듯하더니 최근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응할 수 있게 시나리오별 전략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미 FTA를 ‘끔찍한 협정’이라며 폐기 또는 재협상을 요구했을 때 미리 대비하지 못하다 끌려다닌 경험이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국 기업을 차별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통과될 때까지 넋 놓고 있다가 뒷북 대응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