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윤-한 러브샷 뒤의 김건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6일 23시 18분


윤완준 정치부장
윤완준 정치부장

제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했을 것이다. 한 참석자는 “한동훈 대표가 누가 시킨다고 하는 성격이냐”고 했지만 두 사람 성격을 볼 때 한 대표가 먼저 제안했을 리는 없다.

윤 대통령은 맥주잔, 한 대표는 평소 즐겨 마시는 제로콜라 잔을 들었다. 두 사람의 러브샷에 24일 만찬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다. 총선 때 돌이킬 수 없다는 평가까지 들으며 정면충돌했던 두 사람이 잔을 부딪치는 모습에 대통령실은 “당정이 결속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통 큰 선배와 변화 요구하는 후배

여권 관계자들은 총선 때와 달리 두 사람이 당장 극한 충돌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을 잘 아는 한 의원은 “두 사람은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대의를 앞세우는 사람들”이라며 “충돌하다 정권 재창출을 못 했을 때 가장 타격을 크게 받는 게 바로 자신들”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때 여유 있는 승리를 자신하다 0.73%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긴 구도에서 3년 뒤 대선이 더 불리하면 불리하지 유리하지 않은 지형임을 두 사람 다 잘 알 것이라는 얘기다.

여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검찰에서 선후배 검사 사이는 원래 그렇게 싸우는 사이”라고 했다. “왜 시키는 대로 안 해”라고 후배 검사를 깼다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왜 네 생각대로 안 해”라고 또 싸우는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니 심하게 싸웠다고 오랜 신뢰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24일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술은 안 마시더라도 술자리도 자주 해라, 상갓집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술은 한 모금도 입에 안 대는 한 대표에게 사람들과 더 자주, 폭넓게 만나라는 통 큰 선배의 조언이었을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선후배로만 보지 않을 것이다. 그는 두 사람 관계가 선후배 관계를 넘어 공적 관계라는 점을 말해 왔다. 한 대표는 “압도적 득표율의 당심과 민심이 63%로 같게 나타난 점이 중요하다”며 당심과 민심 모두 당정 관계의 변화를 원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다시는 충돌하지 말자’며 손을 내밀었지만 갈등의 핵심 원인을 풀지 않고 러브샷의 여운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러브샷보다 제2부속실 설치


두 사람 충돌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다. 한 대표의 당선 당일 발언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도 “검찰이 김 여사 수사 방식과 조사 장소를 정할 때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1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했다가 사퇴를 요구받은 그 ‘국민 눈높이’를 다시 꺼낸 것이다.

두 사람이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갈등할 가능성은 언제든 남아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은 대통령 부인이라는 공적 지위에 오른 뒤 사인(私人) 시절 알았던 사람이라도 만남을 조심하고 신원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은 새로 만나지 않아야 하는 기본 처신을 제대로 못 한 데서 시작됐다.

올해 1월만 해도 대통령실 내부에선 미국처럼 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지위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는 논문이 공유됐다. 영부인을 공식적으로 보좌하며 문제를 예방할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했다. 하지만 흐지부지되다 지금은 아예 만들지 않으려 한다.

윤-한 관계를 새로 정립할 여러 방법 중 한 가지는 러브샷보다 김 여사 문제에서 윤 대통령이 변화하는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제2부속실 설치다.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대표#러브샷#김건희 여사#디올백 수수 논란#제2부속실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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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추천 많은 댓글

  • 2024-07-27 05:37:16

    당원과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취임한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금 친윤잔당놈들이 왕따를 시키고, 밖으로 내몰려고 작당을 하고있는 중이다.. 이철규놈이 주도했다고 알려진, '김옥균 프로젝트'가 그렇고, 윤대통령이 만찬을 하면서 화합하자며 러브샷까지 했는데도, 바로 그날 친윤쫄개들이 방송에 나가서 당대표를 허수아비로 만들겠다고 떠들었다... 김재원놈과 김민전년이 아주 대놓고, 국민들과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한동훈 당대표를 능멸하고 짓밟아버리는 망언을 한 것이다. 앞에서는 웃으며 악수하고, 뒤에서는 뒤통수를 때리다니~

  • 2024-07-27 01:10:24

    사고뭉치 마누라를 관리 못하는 윤통이 안타깝다

  • 2024-07-27 03:26:30

    대통 당선후 나라와 경젬 망친 무능좌파 문가놈과 공산 주사파들 적페청산 못한 결과 나라꼴이 이렇게 되었다.....힘합쳐서 자유한국 되살리자.....국회수준을 보라.....오로지 정부여당 발목잡는 좌익더불당의 악법제조...국회해산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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