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부작용, 의사에게 편히 이야기하세요[김지용의 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8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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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 흔히 말하는 항우울제는 현대 정신과 치료의 가장 기본적 도구다. 뇌 속 세로토닌 농도를 조절하는 이 약제는 우울증뿐 아니라 강박장애, 공황장애, 섭식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주된 치료제로 쓰인다. 안타깝게도 완벽하지는 않다. 우울증 환자분들이 자의로 약물치료를 중단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 효과 부족이며, 두 번째가 부작용이니 말이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물론 모든 의약품에는 수많은 부작용이 있다. ‘정신과 약’이라고 하면 다들 걱정도 많아지고, 더 꺼려진다. 게다가 보통 항우울제가 필요할 때는 불안이 높아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조금만 나타나도 깜짝 놀라며 치료를 포기해버릴 때가 많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항우울제의 흔한 부작용들에 대해 설명드려 보려 한다.

첫째로 소화기계 부작용이 있다. 소화불량과 구역감 등의 증세가 흔하며, 구토나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대부분 5일 이내 증세가 저절로 사라진다. 아쉽게도 지속되는 경우에는 약물 변경을 시도해 더 잘 맞는 약을 찾아보아야 한다.

두 번째로 식욕 및 체중과도 연관이 있는 부작용이다. 정신과 약물은 살찐다는 세간의 속설과 달리 항우울제는 체중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항우울제 종류는 다양하다. 우울증 증상인 식욕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식욕을 자극하는 약도 있고, 그 자체로는 영향이 없지만 다른 항우울제와 병용할 경우 체중을 늘리게 되는 약물도 있다.

성욕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욕의 저하, 성감 저하, 사정 지연 등의 부작용을 흔하게 일으키는데, 아무래도 타인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불편하다 보니 의사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잦다.

지금껏 말씀드린 것 외에도 두통, 어지러움, 졸림, 감정이 둔해지는 느낌 등 발생 가능한 부작용들은 매우 많다. 그런데 부작용인지 몰라서, 의사에게 말하는 것이 불편해서, 진료 시간이 너무 짧아서, 해결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등의 이유로 환자-의사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들이 매우 잦다. 그래서 약물치료의 효과를 보고 있음에도 부작용이 두렵고 불편해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들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은 분명 가능하다. 앞서 말했듯 항우울제 종류는 다양하다. 체중이 느는 경우도 있지만, 식욕 저하 기전이 있어 다이어트 클리닉에서 흔히 쓰이는 항우울제도 있다. 예전 약들과 달리 성적인 부작용이 아예 없거나 매우 경미한 약물들도 있다. 내게 맞는 약물치료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분명 가능하다.

다만 그 과정 중 진통을 겪는 부분은 현재까지의 의학 수준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의사와 환자는 부작용을 두고 다퉈야 하는 적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공통의 적에 맞서 같이 싸우는 동반자 관계이다. 불편한 것이 있을 경우 진료실에서 꼭 털어놓고 적절한 대처법을 찾으시길 바란다. 그래야 치료의 끝까지 잘 완주할 수 있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8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3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항우울제#부작용#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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