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가짜 수산업자’에게서 고급 외제차를 무료로 빌려 타고 고가의 수산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26일 박 전 특검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박 전 특검이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에게 250만 원의 대여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포르셰 파나메라4를 빌렸고, 김 씨로부터 86만 원 상당의 수산물을 받았다는 기소 내용을 모두 인정했다.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던 2021년 박 전 특검은 국민권익위원회에 ‘특검은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공무수탁 사인(私人)’이라는 의견서를 냈다. 특검은 일시적으로 공무를 맡은 민간인일 뿐이므로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후 권익위가 ‘특검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검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뒤에도 박 전 특검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법원은 박 전 특검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특검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본다”는 특검법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박 전 특검에게 청탁금지법을 적용하는 것은 특검법상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 적용’에 해당하므로, 명백하게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특검으로서 고검장급 공직자 대우를 받던 박 전 특검이 법적으로 책임질 문제가 생기자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내놨다가 법원에서 정면으로 부정당한 것이다.
박 전 특검은 이 사건 외에도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재직 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 원과 대지 및 주택을 약속받고 실제로 8억 원을 수수했다는 등 다양한 혐의가 적용됐다. 대검 중수부장, 서울고검장 등을 지냈고 한때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특검이 비리 혐의로 수사받고 법정에 서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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