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무원이 지난달 29일 희토류 채굴·제련·추출·유통·수출입 분야의 불법 활동에 대한 처벌이 명시된 32개 조항을 발표하고 규제에 나섰다. 중국의 희토류 시장 점유율은 가공, 정제 산업을 포함하면 90%에 육박해 영향력이 매우 크다. 중국은 희토류 개발·활용 외에도 자국 내 희토류 산업의 고품질 발전 촉진 및 신기술·소재·장비 연구개발 등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규제에 대해 미국, 유럽도 반격의 칼을 빼 들었다. 미 행정부는 10일 멕시코 국경을 통해 수입되는 철강 중 북미 지역에서 제강(製鋼)되지 않은 제품에 25% 관세를, 중국 이란 러시아 등에서 제련된 멕시코산 알루미늄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 외에도 미 행정부는 올 들어 중국산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한 전방위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10%에서 최고 48.1%로 올리는 임시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는 중국 배터리 생태계 전반에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미국, 유럽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국제 사회에 큰 이슈로 등장했다. 세계 각국은 특히 첨단산업의 핵심 중 하나인 배터리 소재 공급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충돌이 공급망 보복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망간, 코발트, 니켈 등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망간 생산량의 95%, 흑연 78%, 코발트 73%, 리튬 69%, 니켈 62%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간에 중국 의존도를 완전히 탈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핵심광물 확보 전략’은 2030년까지 10대 전략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고, 자원 재활용률을 20%대로 확대하는 게 목표이다. 따라서 해외 자원 부국과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매우 의미 있는 자원외교였다. 우리나라와 아프리카는 ‘한-아프리카 경제 협력 TF’를 설치해 핵심광물, 에너지 등 상호 협력 프로젝트를 선별해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지원키로 했다. 아프리카는 세계 주요 광물의 약 32%가 매장돼 있으며 구리, 코발트, 망간, 흑연,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이 풍부하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도 자원외교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과 전력·석유·가스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약속하고 핵심광물 공급망에서도 탐사·사용까지 전 주기적 협력을 확대하는 성과를 냈다. 무엇보다 경제성 있는 광물에 대해 우리 기업이 먼저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엔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포함된 한-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를 창설해 자원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앞장서서 공급망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면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언제 시한폭탄처럼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정부는 지속적인 자원외교를 통해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더 속도를 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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