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로 공급망 다변화 완성해야[기고/강천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9일 22시 51분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중국 국무원이 지난달 29일 희토류 채굴·제련·추출·유통·수출입 분야의 불법 활동에 대한 처벌이 명시된 32개 조항을 발표하고 규제에 나섰다. 중국의 희토류 시장 점유율은 가공, 정제 산업을 포함하면 90%에 육박해 영향력이 매우 크다. 중국은 희토류 개발·활용 외에도 자국 내 희토류 산업의 고품질 발전 촉진 및 신기술·소재·장비 연구개발 등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규제에 대해 미국, 유럽도 반격의 칼을 빼 들었다. 미 행정부는 10일 멕시코 국경을 통해 수입되는 철강 중 북미 지역에서 제강(製鋼)되지 않은 제품에 25% 관세를, 중국 이란 러시아 등에서 제련된 멕시코산 알루미늄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 외에도 미 행정부는 올 들어 중국산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한 전방위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10%에서 최고 48.1%로 올리는 임시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는 중국 배터리 생태계 전반에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미국, 유럽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국제 사회에 큰 이슈로 등장했다. 세계 각국은 특히 첨단산업의 핵심 중 하나인 배터리 소재 공급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충돌이 공급망 보복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망간, 코발트, 니켈 등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망간 생산량의 95%, 흑연 78%, 코발트 73%, 리튬 69%, 니켈 62%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간에 중국 의존도를 완전히 탈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핵심광물 확보 전략’은 2030년까지 10대 전략광물의 특정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고, 자원 재활용률을 20%대로 확대하는 게 목표이다. 따라서 해외 자원 부국과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매우 의미 있는 자원외교였다. 우리나라와 아프리카는 ‘한-아프리카 경제 협력 TF’를 설치해 핵심광물, 에너지 등 상호 협력 프로젝트를 선별해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지원키로 했다. 아프리카는 세계 주요 광물의 약 32%가 매장돼 있으며 구리, 코발트, 망간, 흑연,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이 풍부하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도 자원외교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과 전력·석유·가스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약속하고 핵심광물 공급망에서도 탐사·사용까지 전 주기적 협력을 확대하는 성과를 냈다. 무엇보다 경제성 있는 광물에 대해 우리 기업이 먼저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엔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포함된 한-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를 창설해 자원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앞장서서 공급망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면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언제 시한폭탄처럼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정부는 지속적인 자원외교를 통해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더 속도를 내 주길 당부한다.

#중국 규제#자원 무기화#미국#유럽#중국#무역분쟁#자원외교#공급망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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