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용]중국 동포도 혹한 서울 아파트 ‘불패 신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9일 23시 18분


박용 부국장
박용 부국장

서울 서초구 아파트 집주인 100여 명을 모아 단톡방을 만들고 집값 담합을 주도한 ‘방장’이 당국에 최근 적발됐다. 아파트 호가를 2억∼3억 원 올리도록 유도한 이 집주인은 중국 국적 동포로 알려졌다. 외국인까지 서울 아파트 ‘불패 신화’를 믿고 시세조종까지 시도했다는 건 서울 아파트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나쁜 신호다. 투기 심리를 방치하면 시장이 투기판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시장 감시” 부동산TF, 서울시도 안 불러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는 25일 ‘1차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 상승세에 대해 “일시적 잔등락”이라고 평가 절하한 지 2주 만에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써야 할 중병으로 진단명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미덥지 않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진현환 국토부 제1차관이 공동 주재한 TF 회의에 기재부·국토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 담당자만 부르고, 서울 부동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서울시는 빼놓았다. 현장은 몰라도 된다는 건가.

대통령도 자찬한 집값 안정 기조를 걷어찬 건 현장감이 떨어진 정부 책임이 크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빌라의 전세 사기 관리에 실패해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붙는 걸 막지 못했고, 전세금이 오르는데도 신생아특례대출 등을 풀어 집값을 자극했다. 국토부는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산 가구와 9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제한해 현재 집값이 오르는 지역의 집값과 직접 연계가 안 된다”고 하지만 부동산 거래 현실을 무시한 주장이다. 시장에선 “전세금과 집값 상승에 놀란 2030세대가 저금리 신생아특례대출을 받아 9억 원 이하의 수도권 주택을 매입하고, 이들에게 집을 판 40대 이상의 집주인들이 그 돈으로 서울로 입성하면서 ‘도미노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걱정스러운 건 정부가 실패를 덮기 위해 지난 정부처럼 주택 공급과 부동산 규제 강화 등 냉·온탕 대책을 쏟아내며 시장을 자극하는 일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주택 공급은 인허가가 아니라 착공·준공 기준으로 관리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망가진 빌라 시장도 정상화해야 한다. 10년은 걸리는 신도시 건설보다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도심 재개발 재건축 착공이 늦어지고 있는 건 공사비 외에도 이주비 등 사업비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저금리로 이주비를 지원하는 주택금융을 활성화하는 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금리, 감세, 규제 호들갑으론 집값 못 잡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정부가 푼 신생아특례대출이 어느 정도 소진되고 가계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9월경이 1차 고비다. 대통령실이나 여야 정치권이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금리 인하, 부동산 감세, 정책대출 확대, 대출 규제 연기 등 눈치 없는 정치적 압박은 삼가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대출 규제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엿새 앞두고 갑자기 두 달 뒤로 미뤄 ‘대출 막차 수요’를 키웠다. 이미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이달 5조 원 넘게 급증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18주 연속 상승한 건 자업자득이다. 서울 집값이 ‘잔등락’에 그칠지, 지난 대선처럼 민심을 좌우할 ‘퍼펙트스톰’으로 바뀔지는 앞으로 정부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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