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30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방송3법’ 중 마지막 남은 EBS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공영방송인 KBS MBC EBS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방식을 바꾸는 내용의 방송3법 개정안이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다. 방송3법은 21대 국회에서도 야당이 강행 처리했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번에도 여당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야당이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현재의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국회와 정부가 가진 이사 추천권을 방송 관련 학회와 PD연합회와 같은 방송 관련 직능단체 등에도 부여하며, 사장은 이사진 과반이 아닌 3분의 2 이상의 찬성(특별다수제)으로 뽑도록 하는 내용이다. 야당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면 방송3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반면 여당은 야권 성향의 단체들에 이사 추천권을 몰아줘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공영방송을 영구히 장악하려는 꼼수라고 반대하고 있다.
방송3법을 둘러싼 의결-거부권 행사의 쳇바퀴 돌기는 7년 전 여야가 합의했던 방송법 개정안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이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13명으로 늘려 여야가 각각 7 대 6으로 추천하고 사장은 특별다수제로 선임하는 내용이다. 여당이 이사회를 독식할 수 없고 야당이 반대하면 사장 선임이 어려운 구조여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민주당이 집권 후 공약을 외면하는 바람에 법안은 휴지조각이 됐다. 그래 놓고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되자 이번엔 전혀 다른 법안을 들고나와 새로운 소모전을 촉발한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방송3법은 과다한 이사 수와 대표성 없는 단체들의 이사 추천권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당이 계속 반대하면 실행될 가능성도 없다. 어느 모로 보나 여야가 합의하고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법안으로 돌아가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여당도 기득권을 포기하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더는 법 개정을 미루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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