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은 프리온(prion)이란 병인 물질에 의해 드물게 발생하는 중증 신경퇴행성 질병이다. 1996년 최초로 보고된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은 우해면상뇌병증(일명 광우병)에 걸린 소의 중추신경계 조직이 포함된 식품을 먹음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CJD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발병 비율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vCJD는 현재까지 전 세계 12개국에서 230여 건의 발생이 보고됐다. 특히 영국에서는 vCJD 환자들의 과거 헌혈 내역을 추적해 수혈로 인한 vCJD 의심 사례 4건을 보고했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는 영국을 비롯한 위험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이상 체류하는 경우 헌혈을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1년부터 vCJD를 법정 표본감시 감염병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전수감시체계로 전환해 관리 중이다. 현재까지 vCJD 발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더불어 수혈에 의한 vCJD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2002년부터는 위험 국가에 일정 기간 이상 체류한 경우 헌혈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도입했고, 한 차례 개정 이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1980∼1996년 영국에서 1개월 이상, 1997년부터 현재까지 영국에서 3개월 이상, 1980년부터 현재까지 유럽에서 5년 이상 체류한 사람은 평생 헌혈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vCJD 발생은 2001년 한 해 28건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육골분 사료 금지 등의 조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8년 이후 단 1건만 보고됐다. 더욱이 수혈에 의한 vCJD 의심 사례도 4건 이외에는 추가로 보고되지 않았다. 미국과 호주에서 시행한 수혈로 인한 vCJD 발생 위험도 분석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지만 그 위험도는 14억5000만분의 1 이하로 매우 낮다고 보고했다. 사실상 수혈에 의한 vCJD 전파 위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수준이다.
이에 많은 국가가 vCJD 관련 헌혈 제한 규정을 삭제하거나 완화했다. 미국에서는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를 제외한 기타 유럽 국가 체류와 관련 헌혈 금지 기준을 삭제했고, 2022년에는 관련 모든 금지 기준을 해제했다.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영국 체류 관련 헌혈 금지 기준만 유지하고 타 기준은 모두 완화했다. 우리나라에선 현재까지 vCJD 발생 사례 및 수혈로 인한 vCJD 의심 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행된 조사 연구 결과 수혈로 인한 vCJD 발생 위험도가 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선 vCJD 헌혈 금지 기준을 고수하고 있고, 이로 인해 헌혈할 수 없는 사람은 1만8000명이 넘는다. 수혈에 의해 vCJD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주요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지나친 헌혈 금지 기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vCJD 관련 헌혈 제한 정책의 완화를 고려할 시점이다. 기준이 완화되면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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