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 ‘먹통 사태’는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보건복지부가 무리한 개통을 강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생계급여 장애인연금 등 지급이 중단되고 지방자치단체 행정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약 1270억 원을 투입해 개발한 이 시스템은 사회보장급여 수급자 2200만 명에게 연간 약 46조 원의 복지 재정을 집행하는 공공시스템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시스템 구축을 책임졌던 A 추진단장은 2021년 10∼12월 실무를 담당한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의 회의에서 핵심 시스템 개발이 60%밖에 완료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사업자와의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된 것으로 하자고 결정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국가계약법에 어긋난다”며 반대했지만 A 단장은 “책임을 복지부가 안고 간다”며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개발 일정을 맞추지 못한 사업자에게 잔금을 치르고 지체에 따른 보상은 요구하지 않아 사업자의 계약 미이행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당초 2022년 1월 개통할 예정이었던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은 세 차례 연기 끝에 그해 9월 개통했다. 개통 한 달 전 사전테스트는 졸속으로 이뤄졌고, 보안 약점만 5599건 발견됐는데도 개통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개통 첫 달에만 9만 건의 오류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해를 넘겨 시스템을 개통하면 이미 받은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복지부가 무리하게 개통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 ‘먹통 사태’는 관료적인 경직성이 초래한 인재였다. 복지부는 예산이 불용 처리되면 예산 확보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할 것을 우려해 개발을 정상적으로 마친 것처럼 사업자에게 계약 대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또 개통이 더 지연되면 이 시스템에 기반한 현 정부 국정 과제가 줄줄이 연기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세금을 아껴 쓰거나 복지 급여에 생계를 의존하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헤아리기보다 부처 예산을 지키려 개통부터 하고 봤다니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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