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당국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들 업체가 소비자가 낸 물건값을 기업 인수 등에 쌈짓돈처럼 사용했는데도 미리 적발하거나, 차단하지 못해서다.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규모는 1조 원이 넘는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다른 계열사까지 사태가 확산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최대 800억 원을 동원할 수 있지만 정산금으로 바로 쓸 순 없다”고 한다. 소비자, 판매자 수만 명이 돈을 떼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 회사 판매대금 수백억 원이 올해 2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위시의 인수에 쓰인 것으로 확인돼 경영진의 배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관계 당국의 허술한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감원은 티몬·위메프를 상대로 재작년 6월, 작년 12월에 두 차례 경영개선협약(MOU)을 맺었지만 서면으로 자료를 받아 봤을 뿐 현장 점검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경영개선 계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전자금융업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1차 MOU에 포함됐지만 엄포에 그쳤다. 2차 MOU에는 유동성 비율 개선 등의 내용이 구체적 수치까지 들어 있었지만 이런 약속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기 위한 당국의 추가 조치도 없었다고 한다.
공정위의 대응도 허점투성이였다. 티몬과 위메프는 6년 전 납품업체에 대금을 늦게 주면서 지연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 공정위로부터 각각 수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때부터 대금 지급에 문제가 없는지 계속 관리했다면 최근 벌어진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정산 지연이 생긴 걸 알고도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늦게 발령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전자상거래에 대한 정부 감독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게 분명해졌다. 이제야 금감원 측은 “사기죄 적용도 가능하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일 뿐이다. 결제자금을 은행 등 3자에 맡기는 ‘에스크로’ 의무화로 전자상거래 결제 체계의 문제점을 정비하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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