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켜낸 이들 기릴 ‘기억의 공간’ 모색을[기고/강병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일 2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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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근 건국대 건축대학 명예교수·서울시 총괄건축가
강병근 건국대 건축대학 명예교수·서울시 총괄건축가

2024년 7월 27일은 6·25전쟁 정전협정 71주년이 되는 기념일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우리가 일상 속에서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누릴 수 있도록 국민을 지켜주는 국가가 있어야 보장된다. 특히 이번 파리 올림픽 개회식을 통해 전 세계인은 함께 지켜보았다. 국가를 잃어버리면 조국을 대표해 참여하는 세계인의 축제에 자신의 국기를 앞세우지 못하고 입장하는 슬픔과 수모를 겪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많은 이들의 기억에서 멀어졌지만, 우리 국민도 과거에 같은 슬픔을 겪었다. 바로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다.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에는 지금도 제11회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가 ‘일본 선수 손기정’이라고 새겨져 있다. 당시 그의 가슴에 새겨진 국기가 태극기일 수 없었기에 지금까지 그는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손기정 선생은 독일 체육회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올림픽 기록에서 국적을 회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바람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그 대신 1986년 부상(副賞)으로 주어졌던 고대 그리스 투구만 돌려받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한 국가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 22개국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들이 유엔의 깃발 아래 모여 지켜낸 유일한 국가다. 6·25전쟁 당시 한국군 13만7000여 명과 유엔군 15만3000여 명이 부상을 입거나 실종됐고, 포로로 잡히기도 했다. 특히 이 가운데 4만여 명은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바쳤다. 자신의 생명보다 ‘자유’와 ‘평화’의 가치가 더 귀하다고 여겼기에, 이들은 그 가치를 피 흘려 지켜냈고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냈다.

이제 ‘자유와 평화를 지켜준 희생자들과 그들을 지켜냈던 국가를 기억한다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은 그들이 남긴 가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려 한다. 이 숭고한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위치, 어디서나 보이는 높이에, 대한민국의 첨단 기술력이 응집된 표현 방법으로, 세계인이 함께 경험하며 마음에 담아 갈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가면 좋을지 전 국민의 지혜를 모아 주십사 요청드린다.

전쟁 중인 1950년 9월 27일 새벽, 수도 서울의 중앙청에 인공기를 내리고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를 다시 게양하던 모습을 세계인은 생생히 기억한다. 이후 수도 서울을 수복하고 이 나라를 지켜냈기에 태극기는 다시 휘날릴 수 있었다. 그때의 중앙청은 없어진 지 오래지만 대한민국의 중심은 바뀌지 않았다.

국가 상징 가로의 정점은 경복궁이고 출발점인 광화문 앞은 ‘대한민국의 중심 광장’이다. 이곳에 ‘대한민국의 상징물’을 다시 세움으로써 호국영령들과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 국가들을 후손들이 가슴속 깊이 기억에 새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의 많은 국가가 그들이 지켜낸 국가와 자유, 평화를 상징하는 상징물을 광장 중심에 하늘 높이 세우고, 가로 중심에 승리의 탑을 세워 역사적 기억이 잊히지 않도록 노력해 왔던 것처럼 말이다.
#대한민국#기억#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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