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의 한 명으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을 지난달 31일 불러서 조사했다. 2021년 11월과 12월 등 두 차례 비공개 소환한 이후 약 2년 반 만에 추가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이후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대장동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법률 자문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그는 대법관 재직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상고심 재판을 전후해 김 씨와 8차례 만났다. 이 사건은 7 대 5 의견으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는데, 권 전 대법관의 무죄 의견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화천대유에 영입돼 총 1억5000만 원의 자문료를 받았고, ‘50억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직 대법관이 민간 개발업자에게서 돈을 받고 위법한 방식으로 자문을 해줬다면 사법부의 신뢰에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이다. ‘재판 거래’ 의혹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법부 전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3년이 훨씬 넘도록 제대로 수사를 하지도 않고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대법원 재판자료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기각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도 수사 지연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권 전 대법관 외에 다른 50억 클럽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더디다. 50억 클럽으로 언급된 6명 가운데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제외한 5명은 모두 법조인이다. 이 중 기소된 사람은 박영수 전 특검과 곽상도 전 의원뿐이다. 고위직 검사 출신 2명은 한 차례 서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을 뿐 그 이후론 아무 소식이 없다. ‘법조 카르텔’ 의혹은 대장동 사건의 중요한 한 축이다. 김 씨가 법조 인맥을 배경으로 대장동 사업을 추진해온 만큼 50억 클럽 외에 또 다른 연루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시늉만 내는 수준의 수사로 그 전모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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