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3명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사법부 독립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노정희 전 대법관은 1일 퇴임식에서 “법원의 판결에 대해 즉흥적이고 거친 언사로 비난하는 일 등이 잦아지고 있다”며 “사법부 독립의 뿌리를 갉아먹고 사법부 구성원들의 사명감과 용기를 꺾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올 때마다 노골적인 비판을 내놓는 여야 정치권 일각의 행태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올 6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1심 판결이 나오자 여야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된 것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판사의 편향된 가치관, 독선, 오만”이라는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과 함께 판사 탄핵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다. 지난해 9월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는 국민의힘이 “개딸에게 굴복했다”며 법원을 맹비난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현명한 판단”이라며 법원을 치켜세웠다. 이런 분위기에서 판사들이 소신껏 결정을 내릴 수 있겠나.
법원 판결도 논평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논리와 품격을 갖춰야 한다. 자기 정당의 유불리에 따라 앞뒤 가리지 않고 판결을 비난하는 것은 법원에 대한 협박이나 다름없다. 정치권이 앞장서서 법원 판결에 흠집을 내려고 하는 일이 반복되면 여론도 영향을 받게 되고,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국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갈등을 최종적으로 매듭지을 방법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정치권이 판결에 대해 내 편 네 편을 따져, 상식을 넘어선 공격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법원 내에서도 그동안 일부 판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등 중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일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동원 전 대법관이 “법관은 정치적 압력 등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소신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이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혼란스럽고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이라도 법관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한 김선수 전 대법관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떠나는 대법관들이 남긴 고언을 정치권과 법원 모두 깊이 곱씹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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