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미국 북부 등 북미 지역에서 미국 플로리다, 하와이, 푸에르토리코 등 이른바 선벨트(Sun belt) 지역으로 이동해 겨울을 나는 은퇴자들을 철새에 빗대 ‘스노버드(Snowbird)’라 부른다. 겨울철, 여름철 주택 2채를 사용하는 것은 ‘스노버딩(Snowbirding)’이다. 캐나다는 공적연금이 탄탄하고, 미국은 퇴직연금 부자가 많다. 덕분에 연금이 두둑한 은퇴자들이 스노버드가 되어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누린다.
▷연금 선진국에는 미치진 못하지만, 우리나라도 연금 후진국에선 차츰 벗어나고 있다. 연금을 받는 노인이 받지 않는 노인을 처음 앞지른 게 지난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연금을 받는 고령층(55∼79세)이 처음으로 800만 명을 넘어섰다. 고령층 인구 2명 중 1명이 공적연금(국민·기초·공무원 연금 등)과 사적연금(퇴직·개인·주택 연금 등) 중 1개 이상의 연금을 받고 있었다.
▷연금 수령자도 많아졌지만, 연금 수령액도 늘고 있다. 월평균 수령액이 82만 원인데 지난해 대비 10% 가까이 늘었다. 10년 전(42만 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통계청은 연금 수령자와 수령액이 동시에 늘어난 이유로 국민연금을 꼽았다. 국민연금이 전국적으로 도입된 1999년 40대였던 ‘베이비붐’ 세대가 연금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수급자도 올해 7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금 수령자 절반은 한 달 연금액이 50만 원도 되지 않는다.
▷공적연금 제도가 성숙하면서 노후 안전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사적연금은 성장 속도가 다소 느리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령이 시작된 개인형 퇴직연금(IRP) 53만 계좌 중에 단 10%만 연금으로 받았다. 나머지는 모두 일시금으로 찾아갔다. 쌓인 연금액이 적은 데다 수익률도 낮은 탓이다.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2%로 정기적금보다도 못했다. 직장인 ‘백만장자’를 만드는 미국 퇴직연금 ‘401(k)’에 비할 수 없고, 국민연금(7%)과도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 노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이지만 주택연금 가입자는 12만 명이 조금 넘는다.
▷지난해 기준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324만 원이다. 현재 월평균 연금 수령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고령층 10명 중 7명이 “더 일하고 싶다”고 했다. 연금 인프라가 깔렸으니 가입자와 가입 기간이 늘어나면 우리나라도 겨울마다 남쪽 나라로 떠나는 ‘스노버드’가 보편화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연금 제도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 적자가 예고된 국민연금은 개혁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하고, 퇴직연금은 낮은 수익률과 가입률을 개선해야 한다. 일자리가 불안정해 연금을 꾸준히 적립하기 어려운 사각지대 지원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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