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푸: 자신이 할 줄 아는 것만 하면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아질 수 없는 법이야. / 포: 전 지금이 좋은데요. / 시푸: 넌 네가 누구인지도 모르지 않니?”
―영화 ‘쿵푸팬더3’ 중
동료들 무술 가르치기 실패 후에 의욕이 떨어진 만화 주인공 팬더 포와 시푸 스승의 대화다. 더 이상 발전하기 싫다는 제자에게 너구리와 고양이를 반반 섞어 놓은 스승의 씰룩이는 표정이 철학적 존재의 의미를 툭 던지며 포의 미래를 이끄는 대목이다. 집요하게 어떤 것을 훈련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이들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스포츠건 음악이건 정해진 규칙 안에서 열심히 기존 방법을 충실히 연습만 하면 스르륵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가는 걸까? 뛰어난 성적으로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이들을 보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만 겹 시간의 노력이 환호의 감격 너머로 훤히 느껴진다. 얼마나 많이 반복하고 또 실패했을까?
대화 중간에 포가 ‘전 지금이 좋은데요’라는 소박한 말투가 인간의 현존을 고백하는 것 같아 측은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만족과 체념 사이의 어느 상태일 텐데 그것을 시푸 스승은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더 노력하라는 진부한 응원도 아니고 힘써 정진하면 성공한다는 꼰대의 가르침도 아니다. 시푸는 ‘기존의 하던 관습과 몸에 밴 방법’에 주목하며 그것이 너의 진짜모습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남들 하던 방법을 의심없이 따라 하며 노력한 후 일등이 되는 것도 특출난 일이지만, 기존 익숙해진 방법을 스스로 버리고 새 규칙을 만들어 보는 것은 다른 차원의 경이로운 일이다. 1968년에 딕 포스베리가 배를 위로 한 채 높이뛰기를 한 일이라든가 수영 턴을 남들 다 손으로 할 때 발로 터치해서 수영 기술의 표준을 만든 일이 메달보다 더 귀한 일일 수도 있다. 창의적 도전이란 메달로 가늠할 수 없다. 자기다운 방식을 발견한 순간이 금메달보다 빛나는 자기만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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