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58% “정치 성향 다르면 연애도 결혼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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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8월 4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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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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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이 다르다면 연애와 결혼을 할 의향이 없다는 국민이 58%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지인이라도 정치 성향이 안 맞으면 술자리를 할 뜻이 없다는 응답은 33%였고,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답은 71%에 이르렀다. 이번 조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6∼8월 19∼75세 남녀 3950명을 대면 면접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는 정치적, 이념적 갈등이 공론장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파고들었음을 보여준다. 연애나 결혼은 물론이고 술자리나 사회·단체생활과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교제에까지 정치적 견해차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지지하는 정치인이 다른 상대를 만났을 때 대화가 부담스럽고, 연애건 술자리건 만남을 불편해하는 세태가 확연해진 것이다.

이는 사회 갈등 유형 가운데 응답자의 92%가 보수-진보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답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정규직-비정규직 갈등(82%), 노사 갈등(79%) 등 일터와 관련한 갈등을 꼽은 답변도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이념 갈등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응답자 3명 중 2명은 한국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우리 사회는 공정한 편”이란 문장에 동의한 사람은 34.9%에 그쳐 동의하지 않는 사람(65.1%)의 절반 수준이었다. 사회적 불공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득권의 부정부패(34.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치와 이념, 또 공정 문제와 사회 경제적 이슈 등으로 분열돼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코로나 극복 과정에선 사회 통합 정도가 높아졌지만 이후 다시 하락 추세다. 결국 이념 과잉을 지양하고 사회적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면서 갈등 요인을 해소하고 국민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갈등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정치 영역의 반성과 개선 노력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온갖 독설과 거짓 주장, 편 가르기 등으로 사회 갈등을 부추겨온 정치권부터 이번 조사 결과의 함의를 제대로 짚어봐야 할 것이다.
#국민#정치#성향#연애#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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