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이 미국 정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 미 법원이 5일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을 제한하는 등 불법 행위를 해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빅테크의 독과점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판결이어서 플랫폼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번 소송은 미 법무부가 2020년 구글이 미국 검색시장의 90%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4년간 이어진 소송 끝에 미 연방법원은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악용해 경쟁자들을 배제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을 스마트폰 기본설정으로 탑재하기 위해 애플 등에 막대한 자금을 지급한 것을 독점을 위한 불법 지원금으로 본 것이다. 또 구글이 스마트폰과 브라우저 유통을 독점해 온라인 광고 가격을 꾸준히 올릴 수 있었다고 봤다.
구글은 토종 포털이 장악한 한국, 중국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의 검색시장을 지배하며 20년 넘게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면 검색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다. 구체적 처벌은 향후 재판에서 결정되는데 최악의 경우 구글이 사업 일부를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구글 같은 플랫폼 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한 뒤 가격을 올리거나 다른 경쟁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각종 꼼수를 동원해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각국이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다. 유럽연합(EU)은 3월 ‘빅테크 갑질 방지법’이라 불리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전면 시행한 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에 대해 법 위반이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
국내도 유튜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구글, 애플 등이 자사 내부결제(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걸 막는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놓고도 2년 넘게 제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끼워팔기, 자사 우대 등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안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혁신의 싹을 자르지 않으면서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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