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 임명됐다. 앞서 광복회는 김 이사장이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라며 반대했다. 올 2월 독립기념관 이사에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인물이 선임됐는데, 김 이사장도 비슷한 성향의 인물이란 것이다. 국가보훈부는 “신임 관장은 뉴라이트 계열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관장 자리에 지원했던 독립운동가 후손 2명이 인사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광복회가 김 관장 임명에 반대하며 내세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김 관장이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 아니라 1948년이라고 하는데 이는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역사를 폄훼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김구 선생의 장손과 광복군 출신으로 6·25전쟁에서 공훈을 세운 독립운동가의 자제도 있었는데 이런 후보들을 놔두고 독립운동 역사를 평가 절하하는 인사를 임명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보훈부는 “김 관장은 독립운동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 생각하는 인물이며, 임명 절차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학자로서, 사회단체 활동가로서 김 관장의 소신과 학문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독립기념관 수장 인선을 놓고 정부와 광복회가 갈등을 빚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 유감이다. 사회적 갈등이 위험 수위에 이른 한국 사회에서 독립을 기념하는 일은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합의의 영역일 것이다. 그런 영역에서까지 굳이 ‘역사에 정치를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는 반발을 사며 논란을 자초했어야 했나.
정부는 지난달 초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에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는 역사단체 ‘교과서포럼’ 운영위원 출신을 임명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연구원 원장으로 ‘친일 식민사관’ 논란을 일으킨 역사서 ‘반일 종족주의’의 공저자를 임명했다. 역사적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이념 대립이 첨예한 현대사 분야에서 비슷한 주장을 펴온 학자들을 잇달아 기용한 것도 이번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한 광복회의 반발을 키웠을 것이다. 경축과 화합의 장이어야 할 8·15 광복절이 분열의 장이 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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