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극기의 감동, 일상에서도 펄럭이길[기고/이상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8일 22시 54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우리 선수들이 고된 훈련 과정에서 흘린 땀방울은 메달 수여식 국기 게양대에 자랑스러운 태극기로 높이 올라 국민께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오늘 8월 9일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생(1912∼2002)이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건 날이다. 대기록을 세웠으나 태극기를 달지 못하고 시상대에 오른 손기정 선생은 고개를 푹 숙였다고 한다. 나라를 되찾고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가슴에 달 수 있게 되었지만 일상에서는 태극기의 소중함이 점점 잊혀지고 있는 듯하여 안타까움이 크다. 국경일마다 주택가 곳곳에서 펄럭이던 태극기를 요즘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태극기 다는 날은 언제인지 어디서 구입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최근 태극기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대구의 어느 초등학생 돌봄교실에서 제헌절을 맞아 태극기 그리기 수업을 하고, 정성스럽게 그린 태극기를 집집마다 달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태극기 그리는 순서를 배우고 색칠하다 보니,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올림픽 경기 때 메달 시상식에서 만날 태극기가 기대된다”고 했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계도보다는 이렇듯 태극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이 먼저다. 태극기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고, 태극기를 게양하고 친숙하게 여기는 문화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더 쉽게 태극기를 구입하고 게양하는 여건도 조성해야 한다.

내년은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다. 정부는 ‘광복 8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준비하는 한편 태극기 게양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먼저 내년 달력에는 ‘태극기 다는 날’이 처음으로 표시된다. 평소 태극기를 가까이하고 언제든 달 수 있지만 적어도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태극기를 함께 다는 날은 기억하자는 취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대중교통, 전광판 광고를 통해 태극기 다는 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각급 학교에서 국기 교육을 실시하고, 태극기 포스터 그리기, 글짓기 대회 등을 열어 태극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한다.

태극기를 손쉽게 구입하고 게양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주민센터와 자치단체 민원실에 국기 판매소를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편의점이나 백화점, 대형마트에서도 태극기를 판매하도록 관계 기업과 협의하고 있다. 요즘 아파트는 국기꽂이가 없거나, 걸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국기꽂이가 없는 아파트는 창문에 태극기를 부착하거나, 동 출입구마다 자율적으로 게양대를 설치해 좀 더 편리하게 태극기를 게양하는 방안도 안내하고 있다.

태극기의 태극 문양은 음(陰)과 양(陽)의 조화를,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卦)는 음과 양이 서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뜻한다. 태극기에 담긴 뜻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즉, 국가 상징인 태극기에는 국민 화합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는 파리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선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을 응원하며 진한 감동을 느끼고 있다. 선수단과 응원단이 한마음으로 만들고 있는 태극기의 물결이 이번 광복절에는 집집마다 펄럭이길 기대해 본다.
#올림픽#태극기#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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