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내가 살아 온 100년의 역사, 살고 싶은 나라를 위하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8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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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6·25 겪으며 ‘나라다운 나라’ 꿈꿔
역사의 기적 성취했지만 정치의 역주행 병폐
野, 25만 원 무상지원 접고 세금 소중히 써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내 인생의 4반세기를 일제강점기에서 지냈다. 윤동주, 황순원 등과 공부했고, 도산 선생의 마지막 강연과 설교를 유언과 같이 받아들였다. 철학을 공부해 정신적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그러나 내 나라에 살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현실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겨레와 더불어 정신적으로 성장해 내 나라를 찾아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25세에 해방을 맞았다. 공산주의 선봉에 서 있던 고향 선배 김일성을 만났고, 소련 군정의 공산 통치를 겪으면서 여기는 ‘나라다운 나라’가 못 된다는 절망의 강을 건너야 했다.

2년을 몸부림치다가 서울로 왔다.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한 알의 밀이 되어야 했다.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우선 나 자신이 나라다운 나라의 국민과 일꾼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아는 것만큼 자라고 일하게 되어 있다. 폭넓은 지식과 학문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중압감을 느낄 정도로 인격의 성장을 위해 고심했다. 인격은 개인의 성실한 노력도 필수적이나 인간관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추어야 한다. 몸담고 있던 중앙학교 교주인 인촌 김성수를 따르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갈등과 경쟁은 있어야 한다. 성장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기적인 경쟁은 사회적 불행과 자기 파멸을 초래한다. 아첨하는 자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아첨꾼을 가까이 두는 지도자는 실패를 자초한다. 선의의 경쟁으로 바꾸어야 성공과 건설의 주역이 된다. 서로 위해 주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랑이 있는 경쟁이 행복과 미래 사회를 건설한다. 가정과 교육계는 물론 종교사회가 요청하는 것은 희생과 봉사를 동반하는 사랑의 노력과 결실이다. 내 제자들을 위해 모든 정성과 사랑을 아끼지 않아야 나라다운 나라가 가능해진다.

그런 자세와 노력을 갖추는 동안에 6·25전쟁을 치르고 새로운 사회를 접하면서 직책을 대학으로 옮겼다.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30여 년을 보냈다. 그동안에 한국도 나라다운 나라로 탈바꿈했다. 4·19혁명을 겪으면서 자유 민주정치의 기반을 정착시켰다. 군사정권의 위기를 경제개발과 육성의 기회로 삼았다. 시련과 역경을 선한 동기를 갖고 극복하는 민족은 성공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독재와 군사정권인 ‘권력국가’의 강을 넘어 ‘법치국가’라는 세계정치 무대에 진입할 수 있었다. 아시아의 후진국들은 대한민국은 역사의 기적을 성취했다고 평했다. 김영삼 정권을 계기로 민주 역사가 새출발했다.

그러나 우리 민족에 주어진 운명의 과업이 있다. 남북통일은 피할 수 없는 사명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친북 정책이 필수적이다. 그 친북은 국민 간의 친화이지 두 정권의 통합이나 하나의 선택은 아니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분단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 친북세력이 노무현 정권부터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대학 젊은 세대들의 운동권 출신이다. 그 안에는 통일을 위한 친북도 있으나 종북을 원하는 좌파 세력도 잠재해 있었다. 건국대와 연세대에서는 대학 시설을 방화로 이끌어 가는 극좌파도 있었다.

그 세력이 정권으로 등장한 것이 문재인 정부였다. 친북의 공감대를 앞세우면서 친북 정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이 북한에서 환대받고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방문하면 길이 열릴 것 같다는 환상에 빠진 일부 운동권까지 있었다. 통일은 남북 국민 간의 동참이지, 상반되는 정권의 통합은 불가능하다. 북한 정권을 모르는 판단이다. 문 정부가 택한 이런 친북 정책이 대한민국에 막대한 병폐를 남겼다. 국제 무대에서 평가받던 경제성장을 정체시켰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던 자유민주의 인권 정책을 역행했다. 아직도 문제가 되어 있는 두 어부의 북송은 우리 정부가 김정은 정권을 돕기 위해 북한 동포애의 의무도 거부한다는 회의까지 유발했다. 인권에 대한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정부는 존재할 수가 없다. 더 걱정스러운 문제는 ‘법치국가’가 자유로운 ‘질서국가’로 가는 길을 역행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가치관 상실도 그렇다. 진실을 허위로 조작하며, 싸워서 이기면 정의가 된다는 사고가 일반화되었다. 거짓과 폭력은 언제 어디에서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기대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혁신보다도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국민은 25만 원을 무상으로 받기보다는 국회가 국민 세금을 소중히 사용해 주기를 바란다. 정권보다 나라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중남미 국가들의 실정을 보지 않았는가. 이대로 가서 성공한다면 국민은 민주당을 버릴 것이며 실패한다면 민주당은 스스로 종말을 재촉할 뿐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장래와 후손들에게 ‘나라다운 나라’를 ‘살기 좋은 나라’로 거듭나도록 주어진 권리와 의무이다. 역사의 심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100년#역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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