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규인]다른 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정말 직업이 다 따로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8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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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밥 먹고 활만 쏘는 우리 선수들하고 취미로 쏘다 잘해서 나오는 유럽 선수들을 비교하면 안 되지.”

한국 양궁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는 소식을 전한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정말 그럴까. 이번 올림픽 양궁에 참가한 선수는 128명. 이 중 2명을 제외한 126명이 대회 공식 프로필에 자기 직업을 적어냈다.

일단 126명 모두 ‘운동선수’를 첫 번째 직업으로 꼽았다. 이 중 66명(52.4%)은 다른 직업이 없었다. 두 번째 직업으로 가장 많이 꼽은 건 ‘학생’(32명)이었다. 계속해 ‘군인’(17명)이 그다음이었다. 군인 중 16명은 스스로를 ‘스포츠 군인(sport soldier)’이라고 밝혔다.

이번 올림픽 개최국 프랑스를 비롯해 적지 않은 나라가 국가대표급 선수를 군인으로 채용하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돈이 안 되는 종목’ 선수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다. 이런 제도를 통해 군에 몸담은 이들이 ‘스포츠 군인’이다. 스포츠 유망주를 경찰로 채용하는 나라도 있다. 이번 대회 양궁 선수 가운데는 3명이 경찰이었다.

한국 국군체육부대 소속 군인들이 군사 훈련보다 운동 연습을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이런 선수들도 ‘밥 먹고 활만 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취미로 활을 쏘다가 잘해서 올림픽에 나온다’는 건 사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죽을 둥 살 둥 화살만 쏘고 또 쏴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까 말까다.

다른 종목 사정도 비슷하다. 자기 직업을 공개한 9322명 중 3분의 2가 넘는 6381명(68.5%)은 운동선수 말고 다른 직업이 없었다. 이어 △학생 1264명 △군인 403명 △코치 331명 △트레이너 198명 △경찰 153명 순이었다. 군인과 경찰이 직업인 참가자 모두가 국가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는 ‘직업 운동선수’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운동을 직업적으로 하지 않으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자영업자 131명도 운동 비용을 대려고 부업으로 장사를 하는 경우가 다수일 확률이 높다.

세상은 넓고 능력자는 많기에 올림피안이 부업인 참가자도 물론 있다. 호주 사격 대표 엘레나 갤리아보비치(35)는 직업 소개란에 운동선수 없이 ‘의사’라고만 적었다. 의사를 직업에 포함한 이번 대회 참가자 20명 가운데 유일하게 운동선수를 직업으로 꼽지 않은 케이스다. 아르헨티나 사격 대표 페데리코 힐(36)도 운동선수는 빼고 ‘변호사’만 직업으로 적어냈다. 사격은 운동선수 또는 학생을 직업으로 일절 꼽지 않은 참가자가 가장 많은(29명) 종목이다.

사격 다음으로는 유도(18명)에 이런 참가자가 많았다. 서아프리카 나라 베냉 유도 대표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발랑탱 우이나토(28)는 직업이 ‘기자’ 딱 하나였다. 우이나토는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번 올림픽 참가를 목표로 조상이 살았던 베냉 국적을 취득했다. 직업에 기자가 들어 있는 참가자는 4명이었다. 이집트 펜싱 대표 야라 엘샤카위(25)는 기자 중에서도 아예 ‘스포츠 기자’가 직업이었다.

#국가대표#선수들#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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