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야당 의원과 언론인 등의 통신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당에서도 “법원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다” “영장이 필요하다”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통신조회를 할 때 영장을 받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통신조회 남발이 반복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자는 취지다.
특히 언론인에 대한 검찰의 무차별 통신조회는 심각한 문제다. 이번 통신조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김만배 씨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해 윤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검찰은 이를 취재한 언론인은 물론이고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기자와 언론단체 관계자들, 심지어 언론인의 지인이나 친·인척들의 통신자료까지 들춰 봤다.
전화번호 가입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통신조회는 법원의 허가 절차 없이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요청만 하면 바로 받아볼 수 있게 돼 있다. 이러니 수사기관이 ‘수사’를 구실로 언론인의 통신자료를 마구잡이로 들여다봐도 이를 막을 방법조차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기자 개인의 인권 차원을 넘어 언론 자유 침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기자가 누구와 통화하는지를 파악하면 취재원이 누군지가 드러난다. 취재원의 신원이 검찰의 손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기자와 통화한 적이 있는 이들은 불이익을 받을까 봐 떨고 있을 것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앞으로 언론의 취재에 응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결국 언론의 취재 활동은 위축되고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통신조회를 할 때도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고, 수사기관이 언론인의 통신정보나 이메일, 취재노트 등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방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뉴욕타임스 기자 등의 통화 내역을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자 2022년 미 법무부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는 취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시시하는 바가 크다. 법을 고쳐서 언론의 취재 활동과 관련된 통신자료나 이메일 내역 등에는 수사기관이 일절 손을 못 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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