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법무부가 8일 개최한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이 특사 명단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13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5월 실시된 대선을 전후해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모해 포털사이트 기사 8만여 건의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2022년 12월 단행된 특별사면에서 잔형 집행 면제로 풀려났지만 복권(復權)은 되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김 전 지사가 이번에 복권이 이뤄지면 2026년 지방선거나 202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게 가능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수행팀장 출신으로 ‘친문 적자(嫡子)’란 평가를 받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비명계에선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고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지만 친명계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떨떠름한 기색이다. 김 전 지사의 족쇄를 풀어줌으로써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를 흔들겠다는 여권의 전략이 깔려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것” 등의 전망이 나왔다.
이런 해석들은 김 전 지사가 정치권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법적인 걸림돌이 사라진다고 해서 김 전 지사가 다시 정치를 해도 된다는 정당성까지 얻게 되는 건 아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8840만 건의 뉴스 댓글 찬성·반대 클릭 수를 조작했다.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함으로써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선거 질서를 어지럽혔다. 김 전 지사가 복권되더라도 이렇게 대선 여론을 조작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사실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재판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혐의가 입증됐는데도 김 전 지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오히려 “사법부가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며 판결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김 전 지사의 등판을 당연시하면서 유불리만 계산하고 있다. 심각한 선거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는 김 전 지사가 정치를 재개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먼저 따져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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