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 전투[임용한의 전쟁사]〈328〉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2일 23시 00분



우크라이나군이 기습적으로 쿠르스크로 치고 들어갔다. 쿠르스크는 독소전쟁 중에 최대의 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쿠르스크에서 모스크바 간 거리는 약 500km이다. 전체가 평원이라 방어 지형이 적고, 방어에 많은 병력을 요구한다. 독일군은 모스크바까지 진격할 여력이 없었지만, 쿠르스크를 확보하면 스탈린을 위협하는 효과는 있다고 생각했었다.

전황은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병력이나 전력 규모로 보아 점령지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런 대담한 작전을 시도한 목적은 무엇일까?

결정적인 이유를 한 가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부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전력을 분산시킨다. 이 전쟁의 전선은 1000km에 가깝다. 아직 미흡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제공권까지 보강하면 이런 공세를 더 자주 취할 수 있다. 러시아는 방어에 상당한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충분한 전력, 제공권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침공은 기습 효과가 사라지면, 공격부대가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러시아의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한 비장한 공격을 시도한 것일 수도 있다.

러시아 국민들에게 전쟁의 심각성을 느끼게 하고, 반전 여론을 일으키려는 의도일까? 러시아도 파괴된 지역이 생기고, 피란민이 모스크바로 밀려든다. 러시아 정부가 휴전협정에 보다 적극적이고 양보적으로 나오게 하려는 속셈도 있을 수 있다. 휴전이든 정전이든 양보가 필요하다. 양보는 더 큰 손실을 막으려는 자세에서 나온다.

러시아 본토 공격의 제한이 풀린 우크라이나군의 탐색전일 수도 있다. 전투 경험 없이 군대의 전술 능력은 발전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군이 제한 없이 움직일수록 러시아군의 전쟁은 더 어렵고 복잡해지고, 우크라이나군의 재정비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우크라이나군#쿠르스크#러시아군#쿠르스크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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