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 총장에 심우정, ‘살아있는 권력’에 당당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2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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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가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56·사법연수원 26기)을 지명했다. 심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다음 달 16일부터 직무를 시작한다. 검찰총장은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심각한 결함이 드러나지 않는 한 임명이 확실시된다.

심 후보자는 기획통이어서 특수통인 이원석 현 총장과 달리 윤 대통령과의 수사 인연은 깊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추미애·박범계 전 장관을 보좌했다. 그러나 당시 법무부가 총장이던 윤 대통령 징계를 강행할 때는 총장 편에 섰다. 고향이 충남 공주로 윤 대통령과 비슷하고 같은 기획통인 김주현 민정수석과 친분이 깊다.

심 후보자의 임기는 2026년 9월까지다. 대통령 임기 후반과 상당 기간 겹친다. 대통령 임기 후반에는 전 정부가 아니라 현 정부 사건이 검찰 사건의 주(主)가 될 수밖에 없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은 윤 대통령 당선 직후에 일어났지만 검찰은 고발을 접수한 후에도 7개월이나 질질 끌면서 의혹만 키웠다.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검찰이 기소도 종결도 안 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윤 정부에서도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나 보는 졸렬한 수사가 더는 계속돼서는 안 된다.

근래 검찰에서 총장이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해도 일선에선 권력 입맛에 맞게 수사를 하는 일이 드물지 않아졌다.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출장조사도 그런 일례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장악을 위해 고위직 인선 뒤에 총장을 임명하거나 고위직 인선 때 총장 의견을 듣지 않았다. 그런 꼼수가 검찰을 잘 아는 검사 출신 대통령에 의해 반복되면서 검찰이 더는 일사불란하지 않다. 심 후보자는 첫 일성으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했지만 이원석 총장처럼 말로만 외쳐서는 부족하다. 직을 걸고라도 관철시키겠다는 결연함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야당으로부터 검찰에 가해지는 압박도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다. 검찰에 의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수사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한편 검찰청 폐지 입법까지 거론하고 있다. 검찰로서는 국민 신뢰가 없이는 헤쳐 나가기 힘든 압박이다. 대상이 누구건 당당히 수사하는 모습만이 내부의 기강을 세우고 외부의 신뢰를 얻는 길임을 심 후보자는 새삼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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