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게-웅어-고랑치… 낙동강이 키운 ‘부산 맛’[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17〉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3일 23시 00분



요즘 여름휴가를 부산으로 간 지인들 전화를 자주 받는다. 오늘도 전화 두 통,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용건은 모두 같다. 해운대, 광안리 놀러 갔는데 횟집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다. 현지 사정에 어둡고, 생선을 잘 알지 못하니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걸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부산이 연고지인 데다 물고기를 주제로 한 칼럼, 전시, 강연 활동이 이렇게나마 실생활에 쓰임이 있으니 친절히 알려주는 편이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인 돼지국밥과 밀면 맛집을 물어보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횟집은 인터넷 검색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횟집 추천하는 처지에서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밑반찬 가짓수보다는 회가 푸짐한 걸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회 양은 적더라도 다양한 전채 요리를 좋아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 경관을 중시하는 사람 등 유독 횟집 추천할 때는 고려할 요소가 많다.

갯마을 탐구 117회 원고 마감을 앞두고 한창 글을 쓰고 있을 때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해운대에 복국 먹으러 왔는데 복어 종류가 많아서 뭘 먹을지 모르겠으니 알려달라는 문자였다. 답변을 해준 뒤 쓰고 있던 칼럼 원고를 덮었다. 전국의 수족관에 채워진 횟감은 유사하다. 따라서 먹는 회 종류 역시 비슷할 수밖에 없으니 이번 기회에 새로운 해산물을 맛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제를 급하게 바꿨다.

관광객은 주로 해운대, 광안리, 송정해수욕장, 서면, 남포동, 영도의 태종대와 흰여울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 국제시장, 자갈치시장을 찾는다. 관광객 발길이 닿는 곳은 대체로 부산의 중부와 동부다. 이들 지역과는 또 다른 맛을 품고 있는 곳이 서부산이다. 낙동강을 접하고 있는 명지, 녹산, 하단, 대저 등지는 부산의 서쪽 지역이다. 다대포, 몰운대, 가덕도, 을숙도와 수많은 모래톱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서 잡히는 청게(톱날꽃게), 갈미조개(개량조개), 재첩, 꼬시래기(문절망둑), 고랑치(등가시치), 웅어, 갱갱이(곤쟁잇과의 일종) 등은 낙동강 하구가 내어주는 풍성한 해산물이다.

동남아에서나 먹을 수 있는 머드크랩의 일종인 청게가 낙동강에서도 잡힌다. 한반도에서 상업성을 가질 정도로 어획되는 곳은 낙동강 하구가 유일하다. 꼬시래기회, 고랑치회, 웅어회는 낙동강 주변에 위치한 명지, 녹산, 하단에서 제철에 먹을 수 있다. 갈미조개와 재첩, 갱갱이까지 더하면 부산의 맛은 한층 풍성해진다. 갱갱이는 여간해서는 관광객이 맛보기 어렵다.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 물골에 서식하는 작은 갑각류의 일종으로 부산 명지를 벗어난 곳에서는 보는 것조차 어렵다. 갱갱이는 잡자마자 이물질을 선별한 후 소금, 마늘, 고춧가루 등 각종 양념에 버무려서 3, 4일간 숙성시킨 후 먹는다. 저장성이 약해서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쌀밥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서 갱갱이젓에 비벼서 먹거나 구운 고기에 쌈장 대신 찍어서 먹기도 한다. 4, 5월이 제철이다.

서울에서 대중화되지 못한 음식은 지역민들만 좋아하는 먹거리라는 말이 세간에 떠돈다. 천만의 말씀. 청게, 웅어, 고랑치, 꼬시래기, 갈미조개, 갱갱이는 어획량이 적어서 다른 곳으로 갈 것 없이 산지에서 다 소비된다.
#청게#웅어#고랑치#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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